"강릉행 KTX 멈춰달라"는 靑 청원 등장… 하지만 31일 표 매진

입력
2020.12.28 13:15
"해돋이 못 오게 해달라" 靑 청원
31일 서울역발 강릉행 KTX 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강릉, 울산, 포항 등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해돋이 명소를 폐쇄한다고 발표했지만 31일행 오전과 오후 강릉행 KTX 열차가 벌써 매진됐다. 이 와중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돋이 보러 못 오게 해달라"는 국민 청원이 올라왔다.

28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31일 오전과 오후 시간대 서울역을 출발해 강원 강릉으로 가는 KTX 열차는 매진됐다.

코레일은 24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기차여행 상품 운영을 모두 중지하고, 승차권 발매를 열차당 4매로 제한하는 등 특별 대책을 마련했다. 해돋이 상품을 비롯한 모든 기차여행 상품 운영을 중지했다.

다만 정기 열차는 창가 좌석만 50% 일부 운행한다. 열차당 1회 구입할 수 있는 승차권 매수도 9매에서 4매로 제한했다. 따라서 한 열차에 앉을 수 있는 전체 좌석 수는 56석이다. 그렇지만 현재 오전과 오후 열차가 모두 매진되면서 적어도 500명이 넘는 시민들이 강릉으로 가는 셈이다.


청와대 청원인 "살고 있는 삶의 터전까지 잃고 싶지 않아"


이런 가운데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맞이 강릉행 KTX를 중단해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현재 1월 1일 서울에서 강릉행 KTX가 모두 매진"이라며 "뿐만 아니라 정동진, 포항 등 해돋이 명소인 동해안에 사람들이 붐빌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서울 사람들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도권에 비해 지방에서 한명 두명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좁디좁은 동네라 전염성이 더 높다"며 "옆 동네 청정구역이라 불렸던 강원도 동해시 또한 집단 감염으로 분명 2,3명이었던 확진자 수가 하루 만에 70명 이상으로 확진됐다"고 우려했다.

청원인은 "이러한 비상사태에 격리시설도 부족한 동해안에 해를 보러 오는 게 맞냐"며 "KTX를 막지 못한다면 3단계는 물론 시행돼야 하고 우리 경제 또한 올 스톱이라고 생각한다. 동해안에 해돋이 보러 못 오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직장까지 잃었다"며 "살고 있는 삶의 터전까지 잃고 싶지 않다. 권고가 아닌 강압적으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강조했다.

강릉시는 24일 0시부터 정동진과 경포해변 등 해맞이 관광명소 8곳의 전면 통제에 들어가 이 같은 조치를 내년 1월 3일 자정까지 유지한다. 오는 31일부터 내년 1월 1일 오전 10시까지는 주요 해변의 주차장을 모두 폐쇄해 해맞이 관광객의 접근 여지를 차단하기로 했다.

아울러 31일 오후 3시부터 1월1일 오후 3시까지 지역 모든 식당에서 취식을 금지했다. 이 기간에는 포장 배달만 가능하고, 대형 숙박 업소의 경우 일회용기에 담아 객실에서 먹도록 했다.

김한근 강릉시장은 22일 호소문을 내고 "현재 강릉 등 동해안 시민들은 '해맞이 특수'가 아닌 '해맞이 공포'에 떨고 있다"며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역학조사가 한계에 봉착하고 의료체계가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해맞이 명소를 찾는 발걸음을 다음 기회로 미루어 주시기를 국민 여러분께 간청드린다"며 "전대미문의 이 재난이 극복되면 더욱 따뜻하게 국민 여러분을 맞이할 것을 약속드린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동참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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