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의 소비 효과를 두고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기도가 같은 날 상반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앞서 지난 9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지역화폐 평가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강력 비판한 데 이어, 국책연구원과 이 지사 간 갈등의 '2라운드' 격이다.
추가 소비효과의 추정치는 30%(KDI)와 85%(경기도)로 상당하다. 양측은 어떤 근거로 서로 다른 결과를 냈을까.
27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경기도는 KDI가 재난지원금 보고서를 발간한 지난 23일 ‘재난지원금, 10만원 받고 8만원 더 썼다’는 보도자료를 발간했다.
경기도는 재난기본소득이 지급된 올해 4~8월 도내 카드 매출(78조7,375억원)이 1년 전(70조9,931억원)보다 10.9%(7조7,444억원) 늘었다고 밝혔다. 이 중 정부와 도가 지급한 재난지원금은 총 5조1,190억원이고, 나머지 2조6,254억원(지원금의 51.3%)은 순수한 소비 증가로 봤다.
경기도의 주장대로 4~8월 소비가 재난지원금보다 더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이 기간 개인 소비자의 카드 사용액(311조8,000억원)은 1년 전(295조1,000억원)보다 5.7%(16조7,000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정부가 신용카드 포인트, 선불카드 형식으로 지급한 재난지원금(11조5,0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5조2,000억원은 추가 소비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KDI가 분석한 소비증대 효과가 경기도 분석보다 현저히 낮은 건 '가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재난지원금 없이는 소비가 감소했을 것’이라고 가정한 반면, KDI는 ‘재난지원금 없이도 억눌린 소비가 회복됐다’고 분석했다.
KDI는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던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매출액도 함께 증가했다는 데 주목했다. 여기에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대한민국 동행세일 등 별도 대책도 소비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반면 경기도는 재난지원금 지급 이전의 도내 소비 감소 추세(전년 대비 -2,665억원)가 8월까지도 계속됐을 것이라 주장했다. 경기도는 "소비 감소세가 이어졌다고 가정한 4~8월 소비 추정액은 69조2,384억원"이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카드 매출(78조7,375억원)에서 소비 추정액을 뺀 9조4,991억원 만큼의 소비가 재난지원금 효과로 늘어났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재난지원금을 제외하고도 4조3,801억원(지원금의 85%)의 추가 소비가 발생했다는 논리를 세운 것이다.
경기도는 도에서 지급한 재난기본소득 2조177억원 중 70%(1조4,029억원)가 골목상권에서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 지사도 페이스북에 "소득지원과 소비증진 이중 효과가 있었다"고 썼다.
반면 KDI는 지원금 사용 가능 업종 25개의 재난지원금 사용 비중, 매출액을 분석한 뒤 "업종별 재난지원금 효과가 차이가 커 선별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DI 분석에 따르면 베이커리는 전체 매출액의 10%가 재난지원금으로, 지원금 의존도가 5위였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지급 전후의 매출 증가폭은 0.8%포인트로, 24위에 그쳤다. 소비가 늘지 않고 기존 현금 소비가 재난지원금으로 옮겨진 셈이다. 여행 업종은 지원금 사용 비중(25위), 매출 증가폭(21위) 모두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오윤해 KDI 연구위원은 “앞으로도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재난지원금 지급이 반복될 수 있다”며 “피해 계층을 신속하고 정밀하게 식별해, 소득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