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여권의 '성찰' 요구에도… 윤석열, '유감 표명' 않는 이유는

입력
2020.12.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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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취소 소송 앞두고 별도 입장 공개는 부담
"부당 징계" 주장해 와 '사과 표시' 더욱 힘들어
"일반론적 입장 밝혀도 정치적 해석 될까 우려"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원의 ‘징계 효력 중단’ 결정으로 총장직에 복귀한 지 나흘째가 되도록 이번 사태와 관련해선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권자로서 사과한다”고 한 이상, 의례적인 ‘유감 표명’을 할 법한데도 사실상 침묵 모드를 지키고 있어서다. 당장 여권에선 법원이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그의 책임도 일부 지적한 사실을 들어 “사과 한마디 없다”고 다시 압박에 나서고 있다.

27일 대검에 따르면, 윤 총장은 지난 24일 법원에서 징계 집행정지 신청이 일부 인용되자 성탄절인 25일과 토요일인 26일 이틀 연속 출근했다. 최근 △수감시설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내년 1월 시행되는 검ㆍ경 수사권 조정 등 긴급 현안을 논의하는 한편, 검찰의 주요 수사 상황도 보고받았다. 이날 휴식을 취한 윤 총장은 28일부터 공식적인 업무 재개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정국을 뒤흔든 이번 징계 사태와 관련해선 특별한 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결정 이후 그의 공개적 입장 표명은 24일 밤 “사법부 판단에 깊이 감사드린다.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그리고 상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던 게 전부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등 주요 수사 현안에 대해서도 보고를 받는 데 주력했을 뿐, 별다른 지시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아예 입을 굳게 다문 셈이다.

여권은 그러나 발끈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26일 공식 논평에서 “윤 총장은 대통령에 대한 항명에 대해 단 한마디의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문 대통령이 25일 사과와 함께 “검찰권 행사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는데도, 정작 윤 총장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다.

하지만 윤 총장이 별도의 입장을 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현재로선 ‘정직 2개월’의 효력이 잠시 멈췄을 뿐, 징계 처분의 정당성을 따지는 본안 소송은 시작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과는 물론, 유감의 뜻이라도 내비칠 경우 향후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는 얘기다. 윤 총장 측의 한 인사는 “소송 당사자가 본안 소송을 앞두고 구체적 입장을 밝히기란 쉽지 않다”며 “윤 총장은 ‘국민 봉사’ 발언으로도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처지여서, 일반론적 언급을 해도 또 어떻게 해석될지 몰라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애초부터 윤 총장은 “위법ㆍ부당한 징계 처분”이라고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도 유감 표명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윤 총장 변호인단은 27일에도 입장문을 내고, “법원 판단은 (향후 본안에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본 것일뿐”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이 일부 징계 사유를 인정했다’는 일각의 해석을 적극 반박한 것이다.

검찰 내부에 특별한 메시지를 전파하는 일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총장 측 인사는 “이달 초 1차 복귀 때에도 전국 검찰 공무원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며 “직무배제와 정직 처분이 사실상 하나의 조치인 만큼, 추가로 입장을 밝힐 필요도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윤 총장은 지난 1일 업무 복귀 때 ‘전국의 검찰공무원들께 드리는 글’을 내부망에 올려 “검찰이 헌법 가치와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공정하고 평등한 형사법 집행을 통해 국민의 검찰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밝힌 바 있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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