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에서 시켜 먹는 맥주는 맛이 없다.'
앞으로 이런 인식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 치열한 경쟁 속에 치킨업계가 속속 수제맥주 사업에 발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생맥주를 페트병에 담아 배달하는 형태가 아니라 직접 생산하는 수제맥주로 '치킨과 맥주(치맥)' 모두의 고급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 규제가 풀리고 내년부터 주류 위탁제조(OEM)도 허용돼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의 맥주 사업 진출도 날개를 달게 됐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제너시스BBQ다. 7월 업계 최초로 국내 수제맥주 면허 1호 기업인 마이크로브루어리 코리아와 협업해 자체 브랜드인 'BBQ 비어'를 출시했다. 헬레스, 바이젠, 둔켈, 필스너 등 6종의 수제맥주를 800여개 지점에서 판매 중이다.
BBQ는 경기 이천에 자체 양조공장을 건설 중이며 내년 상반기 완공 이후에는 수제맥주를 자체 생산해 판매할 계획이다. BBQ 관계자는 "현재 매장 홀 판매와 배달 수요로 수제맥주가 소비되는데, 전체 가맹점으로 판매를 확대하는 중"이라며 "공장이 완비되면 편의점, 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방향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촌치킨 운영사 교촌에프앤비는 LF그룹 자회사인 '인덜지'의 수제맥주 브랜드 문베어브루잉과 협업해 최근 일부 매장에 수제맥주를 들여 왔다. 고객 반응을 테스트해보고 생산 및 유통 과정을 꼼꼼히 검토한 후 문베어브루잉 인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10월 교촌에프엔비는 온라인 기업공개(IPO) 간담회에서 교촌의 메뉴와 수제 맥주를 함께 맛볼 수 있는 전용 브랜드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치킨업계가 수제맥주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포화상태인 국내 치킨시장에서 가맹점 확대보다는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매출 증대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 7월 음식값보다 낮은 가격의 술은 함께 통신 판매를 할 수 있도록 주류 규제가 완화되면서 맥주 사업 진출에 불이 붙었다.
업계 관계자는 "치킨은 소비자의 가격저항이 큰 품목이라 인상하기 쉽지 않아 가정간편식(HMR) 개발이나 메뉴 다각화 같은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효율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며 수제맥주도 사업 다각화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내년부터 타 제조업체의 시설을 이용한 주류 위탁제조를 허용하면서 '치맥' 전용 브랜드를 선점하기 위한 업계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예전부터 치맥을 완성하기 위한 사업 개발의 필요성을 실감해왔다. 향후 맥주 시장 진출을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