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문턱 앞에서 돌아섰다. 3단계 격상에 필요한 신규 확진자 수 기준은 이미 충족했으나, 연말연시 특별방역 강화대책의 효과를 1주일간 더 지켜보기로 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조만간 '봉쇄'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뽑아야 할 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경제적 타격을 이유로 번번이 격상을 주저하는 형국이다.
보건복지부 장관 취임 후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 나선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은 27일 "연말연시 특별방역 강화대책 효과에 따라 환자 증가세가 어떻게 변화할 지 추이를 보면서 거리두기 조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조치를 (연말연시 방역 대책이 종료되는) 1월 3일까지 6일간 연장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거리두기 상향 없이는 확진자 감소세로의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5단계로 계속 가서는 국민의 경각심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감염재생산지수가 크게 안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결국 사람들간 이동량과 접촉이 줄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방역을 위해 강제로 이동량과 접촉을 제한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거리두기를 3단계로 올리면 전국의 약 209만3,000개 다중이용시설이 운영 제한을 받는다. 이 가운데 45만2,000개는 집합금지 대상으로, 아예 문을 닫아야 한다. 그만큼 이 시설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이동량과 접촉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날 정부가 밝힌 현재 수도권의 감염재생산지수는 1.07이다. 1명이 1.07명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다는 의미다. 방역당국은 감염재생산지수가 지난주(12월 13~19일) 1.27에서 이번주(20~26일) 1.07로 소폭 내려간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예단은 이르다. 의료계에서는 통상 감염재생산지수가 1 아래로 뚝 떨어져야 확산세가 정점을 찍고, 진정 국면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본다.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다섯 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매번 스스로 어기고 있다는 비판도 크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단계를 올려야 될 때 안 올리고, 2.5단계 플러스(+) 알파, 3단계는 아니지만 3단계보다 강력한 특별 방역 기간 등 자꾸 기준과 다른 대책을 내놓는다"며 "뒤죽박죽이니 국민이 신뢰할 수 없고, 거리두기도 제대로 작동을 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거리두기 3단계 기준은 이미 지난 16일 충족했다. 3단계는 △전국 주 평균 일일 확진자가 800~1,000명 이상이거나 △2.5단계에서 확진자가 전날의 배로 증가할 때 발령하도록 하고 있다. 당시 일주일간(12월 8~15일) 일 평균 환자 수는 833명이었고, 지난 한주간(21~27일)은 999명이다.
정부는 사실상 봉쇄 조치에 해당하는 '최후의 수단' 3단계는 경제적 타격을 고려해 가급적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역설적으로 3단계 격상이 늦어질수록 결국 봉쇄 조치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엄 교수는 "확진자가 너무 많이 나오는 상황이 되면 거리두기만으로는 통제가 안 된다"며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에 3단계 격상을 해야 하는데 정부가 계속 결정을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