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가정에서 우수한 학업 성취를 보인 학생이 서울 고교생 100명 중 3명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개천에서 난 용’으로 표현되는,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이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점에서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 안영은 연구위원의 ‘서울지역 고등학생의 기초자치구별 학업탄력성 양상 및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서울 고등학생 중 학업탄력성을 지닌 학생 비율은 3.53%로 나타났다. 학업탄력성을 지닌 학생이란, 가구 월평균 소득이 하위 25%이면서 학업 성취도는 상위 25%에 해당하는 학생을 뜻한다.
서울 고교 1학년의 학업탄력성 비율은 2010년 1.92%에서 2014년 3.75%로 증가했다가 2016년 3.53%로 소폭 감소했다. 특히 사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과목일수록 학업탄력성 학생 비율이 낮았다. 2016년 기준 과목별 전체 학생 수 대비 학업탄력성 학생 비율은 국어(4.94%), 수학(4.24%), 영어(3.69%) 순이었다. 영어의 경우 조기유학이나 영어유치원 등 사교육 여부가 사회·경제적 배경에 크게 의존하는 까닭에 저소득층 학생들이 다른 교과보다 학업탄력성 집단으로 진입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 학업탄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중에서는 종로구(7.69%)가 학업탄력성 학생 비율이 가장 높았다. 저소득층 학생 중 학업탄력성 학생이 많은 지역은 양천구(26.67%)였다. 반면 강남구의 학업탄력성은 1.82%, 서초구는 0%였다. 서초구에선 소득 하위 25% 가정의 자녀가 학업성취도 상위 25% 드는 학생이 한명도 없었다는 뜻이다.
학업탄력성을 지닌 학생들은 방과후학교보다는 사교육을 더 많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자치구 중 학업탄력성 학생 비율이 높은 동대문구, 송파구, 양천구, 종로구의 경우 방과후학교 참여 비율이 가장 낮고 사교육 참여 비율이 가장 높았다.
안 연구위원은 “상위권으로 도약해 성적을 유지해야 하는 학업탄력성 학생들에게 방과후학교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방과후학교의 질을 높이고 다양한 수준의 프로그램을 개설해 공교육만으로도 충분히 저소득층 학생 중 상위권 학생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