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 가능할까? 민주당이 고민하는 두가지 포인트

입력
2020.12.2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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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결심하면 탄핵소추안 의결 가능
尹 '중대한 법 위반' 인정될지 쟁점 
"밀릴 수 없다" vs "정치적 역풍 우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탄핵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법원의 징계 집행 정지 결정으로 법부부에 의한 윤 총장 축출이 어려워지자 탄핵이란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김두관, 황운하 의원이 대표적으로 이런 주장을 편다. 그러나 현재로선 신중론이 더 크다.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상당하고 정치적 역풍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탄핵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전례에 비춰 윤 총장 탄핵 주장에 현실성이 있는 건지 짚어봤다.


헌정사상 단 2번 있었던 탄핵 심판

탄핵(彈劾)은 법률에 의해 신분과 임기가 보장되는 특정 공무원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는 행위를 했을 때 파면할 수 있는 제도로, 헌법에 명시돼 있다.

헌법에 따른 탄핵 대상은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행정 각부의 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감사원장, 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다. 검찰총장을 포함한 검사도 검찰청법에 의해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 즉 탄핵 대상에 들어간다.

탄핵은 기소에 해당하는 '탄핵 소추'와 재판에 해당하는 '탄핵 심판'으로 구성된다.

탄핵 소추는 국회가 한다. 탄핵 소추안 발의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모여야 할 수 있고, 발의된 탄핵 소추안을 의결하려면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단, 대통령 탄핵 소추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탄핵 소추 의결이 된 공무원은 탄핵 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 공직상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

탄핵 심판은 헌법재판소가 맡는다. 헌재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출석해 6명 이상 찬성하면 탄핵 인용 결정이 내려지며, 해당 공직자는 즉시 파면된다.

헌정사상 탄핵 소추 의결과 그에 따른 헌재 심판이 이뤄진 사례는 단 두 번뿐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은 기각됐고,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은 인용됐다.

국회에서 의결되지 않은 탄핵 소추안 발의는 10여차례 있었다. 올해 들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해선 2차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겐 한 차례 탄핵안이 발의됐지만 폐기 또는 부결됐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역대 검찰총장으로는 김도언(1994년), 김태정(1998, 1999년), 박순용(1999년), 신승남(2001년) 등이 있는데 전부 의결되지 않아 헌재 문턱을 밟지 못했다.

윤석열 탄핵, 현실성은 있나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윤 총장에 대한 탄핵 소추까지는 어려움이 없다. 민주당 의원 수만 전체 의석 수의 58%인 174명이기 때문이다. 이만한 의석 수로는 탄핵 소추안 발의도, 의결도 거침 없이 할 수 있다.

그러나 헌재의 탄핵 심판이 문제다. 민주당 일각에서 탄핵을 미는 근거는 '법원이 윤 총장 징계 사유인 판사 사찰 의혹 등에 대해 부적절함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공직자가 위법 행위를 했다고 곧장 탄핵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사소한 법 위반으로 전부 탄핵을 하면 국정 공백과 혼란이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헌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탄핵 심판 청구의 이유가 있는 때는 '모든' 법 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 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의 경우를 말한다”고 판단했다.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윤 총장에게 내린 징계는 정직 2개월에 그치기 때문에 ‘중대한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석현 전 민주당 의원은 26일 “(법무부) 징계위원회에서 해임도 면직도 아닌 정직 2개월를 내린 것이 탄핵 결정에는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도 “공직자를 탄핵하려면 파면에 해당하는 중대한 헌법 위반 또는 법률 위반이 있어야 한다. 추미애 장관과 법무부 주장이 모두 옳다고 하더라도 파면 사유는 아니라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단, 헌재가 대통령과 검찰총장에 대해 동일한 잣대를 적용할지는 단언할 수 없다. 대통령 파면의 파급력은 검찰총장 파면의 파급력보다 비교할 수 없이 크다.

'정치적 역풍' 우려도

탄핵 심판이 헌재에서 기각되면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추진한 건 한나라당과 구민주계 중심의 새천년민주당이었다. 같은 해 17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은 9석의 ‘꼬마 정당’으로 전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한나라당도 다수당 지위를 열린우리당에 내줘야 했다. 새천년민주당 의원으로 노 전 대통령 탄핵 소추에 찬성했던 추미애 장관도 역풍을 맞고 17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국회의원만 여섯 번 지내며 이런 과정을 지켜본 이석현 전 의원이 “소리만 크고 실속 없는 탄핵보다 검찰 수사권 분리와 의식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을 뽑는 일이 지금 국회가 속히 할 일”이라고 지적한 이유다.

민주당 대변인인 허영 의원도 26일 페이스북에서 “윤 총장 탄핵은 헌재의 기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도 감정을 컨트롤 해야 한다. 다시 빌미를, 역풍을 제공해선 안 된다”며 냉정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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