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번 당부했는데..." 동부구치소 집단감염에 화난 정 총리

입력
2020.12.25 16:00
집단 생활시설 방역강화 강조 무색
이용구 법무 차관에 사태파악 지시

정세균 국무총리가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것과 관련, 법무부 차원의 진상 규명을 특별 지시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집단 생활을 하는 곳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라고 수 차례 당부했지만,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는 시설에서 대규모 집단 감염이 벌어진 것에 대한 질책도 있었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공개 회의에서 동부구치소 집단 감염 사태를 별도로 언급했다고 한다. 이날 0시 기준 서울 코로나19 확진자는 552명이었는데, 이 중 288명이 동부구치소에서 발생했다. 동부구치소에서는 지난 19일에도 184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정 총리는 "교정시설 등 집단 생활을 하는 곳을 철저히 관리하라고 누차 말했는데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냐"는 취지로 물었다고 한다.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식의 발언도 있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그야말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한 데 대한 질책성 발언이었다.

이어 소관부처인 법무부에 "동부구치소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참석했다. 정확한 사태 파악을 지시한 것은 '책임 소재를 가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관리상 허점이 발견됐을 경우, 책임자에 대한 징계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 총리는 크리스마스에 일일 확진자 최대치를 기록하며 국민들에게 허탈함을 안긴 데 대한 안타까움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는 이날 회의를 마친 후 코로나19 전담 병원을 자청한 경기 남양주시 현대병원을 찾았다. 현대병원은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병상 119개를 내놓기로 최근 결정했다. 정 총리는 김부섭 현대병원장에게 "코로나19로 어느 해보다 힘든 성탄절을 보내고 계신 우리 국민들께 무엇보다 중요한 병상을 마련해주셨다"며 "원장님이야말로 성탄절에 큰 선물을 주신 산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감사를 전했다.

신은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