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썩었다"… 공화당도 고개 젓는 트럼프 ‘무소불위’ 사면

입력
2020.12.25 08:30
유죄 측근 잇단 사면에 당내 비판 고조
더힐 "대통령 광범위한 권한 논란 촉발"
공화, 트럼프 경기부양안 수정도 거부

임기를 한 달도 남겨 놓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단 측근 사면에 여당인 공화당 안에서도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범죄자들을 비호하기 위해 특권인 사면권을 맘대로 휘둘러 대통령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벤 새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2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사면을 “뼛속까지 썩었다”고 비판했다. 새스 의원은 특히 전날 사면된 트럼프 대선 캠프 전 선거대책본부장 폴 매너포트, 참모 로저 스톤을 콕 집어 “이들은 중범죄자로 반복해서 법을 어기고 국민에게 해를 끼쳤다”고 말했다. 매너포트는 탈세와 금융사기 등 혐의로 7년 6개월형을 선고 받았고,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에 의해 기소됐다. 스톤도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위증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40개월의 징역형을 받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7월 그를 감형한 데 이어 완전히 사면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새스는 트럼프의 사면을 성토한 첫 공화당 상원의원”이라면서 다른 의원들도 비판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내에서는 일찌감치 임기 말 트럼프의 무분별한 사면권 행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은 앞서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법무부 사면담당 검사실의 권고를 따라야 한다”며 독단적인 결정을 경계하기도 했다.

민주당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뮬러 특검 조사에서 트럼프 변호인은 매너포트에게 사면을 제안해 그는 검찰과 협력을 철회하고 거짓말을 한 뒤 유죄판결을 받았다”며 “이번 사면은 부패한 음모의 완성”이라고 직격했다. 더힐은 “트럼프의 사면은 대통령의 광범위한 헌법적 권한에 대한 논란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공화당은 또 의회가 초당적으로 통과시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경기부양안과 관련, 개인 현금 지금액을 600달러에서 2,000달러로 올리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수정 요구도 거부했다. 미 상ㆍ하원은 앞서 21일 8,920억달러(약 1,00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경기부양안과 2021 연방정부 회계연도 예산안(1조4,000억달러)을 묶어 처리했다. CNN방송은 “부양안의 미래가 불확실해졌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원과 상원은 크리스마스 연휴임에도 각각 28,29일 소집 일정을 잡아 트럼프 대통령이 예산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찬반 투표로 재의결할 방침이다.

김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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