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영국의 국민투표 뒤 4년 반을 끌어 온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이혼 조정’ 절차가 마침표를 찍었다. 올해 초부터 1년간 이어진 양측의 ‘포스트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크리스마스 전날, 전환 기간 종료 1주일을 앞두고 극적으로 타결됐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4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EU와의 미래관계 협정에 합의했다며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에 약속했던 게 완수됐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가 가장 강조한 것은 주권 회복이었다. 그는 성명에서 “영국은 다시 재정과 국경, 법, 통상, 수역의 통제권을 회복했다”며 “2021년 1월 1일부터 (EU로부터) 정치ㆍ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U 탈퇴에 따른 자국민의 불안감도 누그러뜨리려 했다. “우리는 처음으로 EU와 무관세ㆍ무쿼터에 기반한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했다. 서로에게 가장 큰 양자 협정”이라면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정하고 균형 잡힌 합의를 이뤄냈다”며 “영국과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협상 내내 최대 쟁점은 어업권이었다. 영국은 올 초 브렉시트 뒤 EU와의 협상 과정에서 자국 해역 내 EU 어선 조업권을 대폭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U는 10년간 유예 기간을 두고 현 상황을 유지하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결렬은 양측에 모두 불리했다. 합의에 실패하면 EU 어선들은 영국 해역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 당하기만 할 수는 없는 EU도 영국이 해역을 닫을 경우 EU 시장에 수출되는 영국산 수산물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경고했다. 유럽 언론들은 “영국ㆍEU의 어업 종사자 모두가 패배자가 된다”고 걱정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타협안을 내놓은 쪽은 EU였다. EU 어선들이 영국 해역에서 가져가는 어획량 쿼터를 6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25% 삭감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러자 영국도 유연하게 반응했다. 자국 수역 내 EU 어획량 쿼터를 3년간 60% 감축하자는 역제안을 내놓으면서다.
입장 차는 영국이 전향하며 좁혀졌다. 5년 반 동안 EU 어획량을 25% 줄이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프랑스 정부 소식통은 AFP통신에 영국 측이 어업 분야에서 “큰 양보를 했다”고 인정했다. 대신 영국은 향후 쿼터 변경을 영국산 수출품 관세에 연동시키는 메커니즘을 구축하려는 EU의 시도를 막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어업이 갈등의 중심이 된 배경에는 실익보다 자존심이 있었다. 영국이든 EU든 국내총생산(GDP)에서 어업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안 된다. 문제는 정치적 상징성이다. 자국 해역의 통제권을 되찾는다는 게 브렉시트를 결정한 영국 정부의 핵심 명분이었다.
합의가 늦은 만큼 남은 일정은 빠듯하다. EU 의회가 해당 협정 동의 투표를 하기는 어려워진 상태다. 그렇다고 내년 초 협정 공백기에 관세 등 무역 장벽이 부활하는 등 혼란이 초래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EU 회원국들이 연초부터 협정을 ‘잠정 적용’하는 데 연말까지 동의만 하면 된다.
EU 관세동맹과 단일 시장에서 영국이 실제로 이탈하는 건 2016년 6월 24일 영국에서 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치러진 지 4년 반 만이다. 영국이 올 1월 31일 EU를 탈퇴함에 따라 양측은 브렉시트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연말까지로 설정된 전환 기간 내에 미래관계 협정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한 뒤 3월부터 9개월간 협상을 계속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