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낙마 없다"...속도 조절 후 연내 임명 강행 유력

입력
2020.12.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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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인사청문보고서만 '잠깐' 멈춤
28일 與 단독 채택, 연내 임명할 듯


인사 검증 과정에서 크고 작은 '흠'이 누적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문재인 대통령이 강행할 전망이다. 비판 여론이 누그러지길 잠시 기다리되, 해를 넘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의당과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이 24일 '변 후보자 임명 반대'를 공식화했지만, '후퇴는 없다'는 게 당청의 기류다. 민심과 정면으로 맞서겠단 청와대의 선택이 역풍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 넘기지 않고 임명 강행"

더불어민주당은 24일 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를 보류했다. 국민의힘이 반대해도 채택 가능하지만, ‘숨고르기’를 택했다. 23일 국회 인사청문회로 여론이 더 나빠진 탓이다. 인사청문회가 논란을 털어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당청은 기대했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변 후보자는 과거 막말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여성은 화장이라든지, 이런 것 때문에 아침을 같이 먹는 것은 조심스럽다” 같은 또 다른 막말 논란을 자초했다.

“청문회까지 지켜보자”던 정의당도 변 후보자를 ‘데스노트’(부적격 고위공직자 명단)에 올렸다. 정의당은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변 후보자 발언이 단순한 말실수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정했다. 경실련도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과 맞지 않다”며 문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법상 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1차 시한은 이달 28일이다. 이날까지 채택이 무산되면 문 대통령은 10일 이내 국회 채택을 다시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당청이 변 후보자 임명을 둘러싼 혼란을 새해까지 끌고 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28일 민주당이 단독으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고, 문 대통령이 바로 임명할 공산이 크다.

"변 후보자 버리면 대통령이 밀린다"

당청은 변 후보자의 '결정적 결격 사유'가 없다는 논리를 앞세운다. ‘구의역 김군’ 막말 등은 변 후보자의 '스타일에서 비롯된 실수'라는 것이 당청의 판단이다. 또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 주거 정책을 잘 이해하고 ‘공급’ 분야에 잔뼈가 굵은 변 후보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 바탕에는 ‘여기서 밀리면 문 대통령이 레임덕이 가속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지난해 3월 김현미 장관 후임으로 지명된 최정호 전 국토부 차관이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 휘말리며 자진 사퇴한 만큼 한 번 더 밀릴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에, 변 후보자 낙마의 충격파는 1년 전과 차원이 다를 것이다.

변 후보자가 끝내 장관직에 오르더라도 ‘무리한 인사’의 상징이 된 것은 정권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변 후보자가 임기 내내 정권에 ‘시한폭탄’이 되는 것이 우리로선 나쁠 게 없다”고 했다.

이서희 기자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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