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꿈은 행복할 수 있어요”

입력
2020.12.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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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청소년 부문] '5번레인' 은소홀 작가

동화작가가 되기까지 참 먼 길을 돌고 돌아왔다. 공대를 가고 싶어했던 이과생은 부모님의 권유로 문과대에 진학,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택했다. 후회는 없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 꾹꾹 눌러 담아 놓은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미련은 남았다.

어린 시절엔 해리포터를 끼고 살았고, 어른이 돼서도 성인 소설은 지나치고, 어린이 자료실로 직행했던 동화 ‘덕후’였지만 스스로 동화작가에 도전하는 건 두려웠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니까. “재능 없음을 스스로 확인할까 봐” 주저했다. 결국 서른을 넘기고서야, 동화 창작 강의를 들어볼 용기를 겨우 냈다. “음, 막상 해보니까 왜 그렇게 망설였나 싶을 정도로,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난생 처음 쓴 장편 동화, ‘5번 레인’으로 등단과 동시에 상을 휩쓸고 있는 은소홀 작가의 얘기다.

‘5번 레인’은 은 작가처럼 꿈을 찾아나선 한강초등학교 6학년, 수영부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강나루는 전국소년체전에서 메달을 척척 따낸 수영부 에이스. 수영을 좋아해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이기는 게 더 중요해진 나루는 언제부터인가 라이벌 초희 때문에, 1등 자리인 4번에서 5번 레인으로 밀려난다.

거듭된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해 힘겨워하던 나루를 일으켜 세운 건, 친구와 가족들의 응원과 격려였다. “승리의 기쁨도, 패배의 분함도, 내 두 팔과 두 다리로 만들어야 했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단 걸, 스스로 깨달은 나루는 가장 먼저 터치패드에 닿기 위해, 가장 좋아하는 물 속으로 힘껏 뛰어든다.

왜 하필 수영이었을까. “전 축구나 야구 같은 구기 종목보다는 기록 경기에 더 끌리더라고요. 0.01초를 앞당기기 위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경쟁하며 한계를 깨트려 나가는 모습이 매력적이지 않나요.”

은 작가는 아이도, 어른도 꿈을 잃지 않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진짜로 좋아했던 게 뭘까 한번 생각해봤음 해요. 거창하지 않아도, 꼭 1등이 돼서 잘하지 않아도. 제가 작가학교에 등록했을 때, 그리고 나루가 사람의 몸이 물에 뜨는 걸 알고 행복해 했던 그 순간들 자체가 삶의 원동력이 돼주니까요.”

은소홀이란 이름은 필명이다. 세상을 살아가며 소홀하게 여기고 지나친 것들을, 글로 담아내고 싶다는 마음에서 지었다고 한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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