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서울 등 수도권과 전국에 각기 다른 특별 방역조치가 내려진 가운데, 성탄절과 연말연시 등을 앞두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교회가 특혜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방역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르면 종교시설도 비대면 활동을 원칙으로 하지만, '예배 영상 제작을 위해 20명까지 모여도 된다'는 단서규정 때문에 실질적으로 방역 효력이 없다는 게 이런 주장의 근거다. 교회 관련 산발적 지역 감염이 벌어지는 가운데 방역에 비협조적인 일부 교회 관계자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24일부터 적용되는 특별 방역대책은 수도권 종교시설에 적용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규정을 전국으로 확대 적용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종교시설은 정규예배·미사·법회 등을 비대면으로 해야 하고, 모임과 식사를 주관할 수 없다. 단 비대면을 위한 영상 제작 및 송출 인력, 참여 신도 등은 20명까지 모일 수 있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
이와 별도로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는 23일부터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발동됐다. 수도권에서는 직장 관련 활동이나 공공복지 등 '공적 모임'이 아니면 5인 이상 모이는 것 자체가 안 된다. 그런데 종교활동은 '공적 모임'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존의 2.5단계가 그대로 적용된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이런 규정에 대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응이 제기됐다. 수도권에서 집합금지는 3단계보다 더 심한 5인 이상 모임 금지가 적용되고 있는데, 종교활동은 왜 3단계보다도 낮은 2.5단계가 적용되냐는 것이다.
특히 성탄절과 연말을 앞둔 교회가 지금까지 감염병 확산에 취약하다는 점 때문에 집중적인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비대면이 원칙'이라는 게 당국 입장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 네티즌은 "비대면 예배 방송 제작을 위해 20명씩 모여도 된다는데, 돌아가면서 20명씩 모여도 영상 제작 때문에 그렇다고 해 버리면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냐"며 "이런 규칙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종교시설을 빌려서 성경을 지참하고 CCM(현대 기독교 음악)을 틀면 20명 파티도 가능하겠다"거나 "지금 종교를 창시하면 모일 수 있는 것인가"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일부 교회의 반응도 부정적인 여론의 한 원인이다. 적용된 방역 수칙조차 어기고, 100명 이상이 모여 대면 예배를 강행하다 지역감염을 유발한 금천구 교회 사례가 여론에 불을 붙였다.
금천구 예수비전교회는 13일 120여명이 모여 예배를 강행했고 이 가운데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교회의 유튜브 채널을 보면 해당 교회의 목사는 "주님이 원하시는 대로 예배를 드리다가 어려움을 당한 사람들이 더 잘된 것이고, 더 복 있는 것"이라고 했는데, 예배에 참여해 코로나19에 감염된 게 잘된 일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일부 교회가 모임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한 네티즌은 '스페인 독감'이 번지던 1918년 당시 소도시 사모라(Zamora)의 사례를 꺼내며 "100년 전 역사가 반복될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사모라의 가톨릭 교회는 "대규모 모임을 피하라"는 당국과 언론의 권고를 무시한 채 "신의 노여움을 풀자"는 이유로 대규모 미사를 강행했다. 그 결과 사모라는 스페인 내 어떤 도시보다도 스페인 독감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