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택배 노동자 사망...14시간씩 고된 배송에 체중 20㎏ 빠져

입력
2020.12.23 19:08
하루 14~15시간 일한 30대 롯데택배 소속 기사 사망
"롯데택배, 입직신고 안해 산재보험 가입도 안 돼"

30대 택배 노동자가 또 다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대책위)는 "과로사"라고 주장하며 규탄하고 나섰다. 이 택배 기사는 하루 14시간 이상 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는 23일 서울 중구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 본사 앞에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발생 롯데택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택배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롯데택배 수원권선 세종대리점 소속 기사로 일하던 박모(34)씨는 집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고인을 매일 오전 6시~오후 9시까지 하루 14~15시간씩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대책위는 "박씨의 사인은 과로사"라고 추정하고 있다.

대책위는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입사한 뒤 무려 20㎏나 체중이 감소했다"며 "키 190㎝에 몸무게가 110㎏이었지만 일을 시작하고 90㎏이 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책위는 "고인은 사망 전까지 평소 물량을 250개 정도 배달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고인은 최근 추석명절 기간 과도한 물량으로 힘들어 해서 다음 달부터 일부 물량을 동료에게 넘기기로 했었다고 대책위는 전했다.

그러면서 롯데택배가 과로사 방지 대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대책위는 "경찰조사 결과 고인은 타살이나 자살 흔적이 없다고 한다"며 "급사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택배는 국민들에게 과로사대책을 약속했지만 현실에서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며 "고인은 입직신고조차 되지 않아 산재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앞서 지난 10월 롯데택배는 택배 노동자에 대한 과로사 문제가 불거지자 1,000명 규모의 분류 인력 투입, 택배 자동화 설비 추가 도입, 택배기사 산재보험 전원 가입 등 과로사 방지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대책위는 이 같은 대책안이 제대로 지키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고인이 일했던 현장에는 롯데택배가 약속했던 분류작업 인력이 한 명도 투입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난 14일에는 하루 14시간 이상 일하던 50대 한진택배 소속 기사가 택배차량 운전석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을 잃은 일이 벌어졌다. 이 택배 기사는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고 의식을 되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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