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키다리아저씨' 10년간 남몰래 10억 기부 약속 지켰다

입력
2020.12.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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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공동모금회에 1억 기부 시작
22일 5,000만원 끝으로 10년간 10억
사업 어려워도 한해도 중단한 적 없어


2012년부터 매년 1억원씩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익명으로 기부한 '대구 키다리 아저씨'가 10년간 스스로의 약속을 지켰다.

키다리 아저씨로 알려진 A씨는 매년 연말이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1억원씩 기부했다. 2012년 첫 기부를 시작, 10년간 기부를 이어온 그는 22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마지막 기부금인 5,000여만원을 전달한 후 "우리 사회의 나눔문화가 확산하기를 바란다"며 "나누는 동안 즐겁고 행복했다"고 밝혔다.

마지막 기부를 실천한 그는 이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사연을 털어놨다. 경북이 고향인 A씨는 1960년대 학업을 위해 대구로 왔다. 부친을 일찍 여읜 그는 소년가장으로 직장생활과 사업에 뛰어들었다. 결혼 후에 수익의 3분의 1을 기부했던 그는 사업이 어려울 때도 "이 돈은 내 돈이 아니다"며 기부를 중단한 적이 없었다.

2012년 1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 1억원을 기부한 후 다음해 1억2,000만원을 기부했다. 2018년까지 매년 1억2,000여만원을 기부하고 형편이 어려웠던 지난해 12월에도 2,000여만원을 보탰다. 22일 마지막 기부한 5,000여만원을 더하면 그가 10년간 기부한 금액은 10억3,500여만원에 달한다.

그의 조용한 선행은 가족들도 몰랐다. 두 번째 기부를 자필 메모와 함께 전달한 것이 언론에 대서특필된 이후에야 아내가 눈치챘다. 그는 모금회 측이 제안한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 가입과 감사 표창도 거절한 후 "나눔 문화가 확산하고 따뜻한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만 말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키다리 아저씨의 바람대로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많아지면 우리 사회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을 것"이라며 "기부금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이웃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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