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영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변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막기 위해 영국과의 국경을 차단한 가운데, 도버항으로 이어지는 M20 고속도로와 맨스톤 공항 활주로에는 발 묶인 화물트럭들로 가득 차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영국이 도버항구나 채널터널에서 비상상황이 벌어졌을 때나 '노딜 브랙시트' 가 초래할 수 있는 혼란에 대비해 M20 고속도로와 맨스턴 공항 활주로를 화물차 대기 공간으로 활용하는 비상조치를 시행한 것이다.
영국과 유럽 대륙 사이의 주요 교역항인 도버항과 인근 켄트 지역에 발 묶인 화물트럭 기사들은 졸지에 가족과 떨어져 길 위에 고립돼 하루아침에 노숙자 신세로 전락했다. 지금 당장 이들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추운 운전석에서 잠을 청하거나 비상식량을 먹으며 통행이 재개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것 뿐이다.
국경폐쇄 조치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긴급히 사태 해결에 나선 영국과 프랑스 정상은 23일부터 이동 제한을 완화하고 국경을 다시 열기로 합의했다.
프랑스는 애초에 자국에서 인정해왔던 비싼 비용과 시간이 요구되는 PCR(유전자증폭검사) 대신 신속하게 진단하는 검사도 허용했다. 72시간 이내 코로나 검사 음성 판정을 받는 자국민·운송업자·EU 회원국 시민과 이들 국가의 영주권 보유자와 같은 이들에 대해 프랑스 입국이 허용된다.
양국은 국경개방 합의에 따라 곧 발 묶인 화물트럭 기사들에 대한 대규모 코로나19 검사도 실시할 예정이다. 검사가 시작되면 수백 명의 군인이 옛 맨스톤 배행장에 배치돼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고 음성판정을 받은 사람들은 차량 운행을 재개하지만,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은 영국에서 제공한 시설에서 10일간 자가 격리하게 된다.
하지만 현지 언론들은 이번 사태로 당장은 식료품 부족 현상 등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태 수습과 운송 차질에 따른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