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사적모임 '노 마스크' 논란 양승조 지사의 황당한 해명

입력
2020.12.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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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 모임에서 마스크 벗고 축사
사과 뒤 "비말거리 유지... 문제없다" 취지의 발언
구차한 발언에 도민 분통


지지자들과 함께 한 사적 모임에서 방역수칙을 어긴 양승조 충남지사의 황당한 해명은 도민에게 실망을 넘어 화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양승조 지사는 지난 22일 송년기자회견 자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도 최근 지지자 모임에 참석, 잠시 마스크를 벗고 한 축사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날 양 지사는 지지자 모임에서 한 축사와 관련, “도민들께 조금이라도 심려를 끼쳤다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말과 함께 “일정 거리를 충분하게 유지했기 때문에 마스크를 벗고 한 발언은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해명을 이어갔다.

그는 “충청남도 방역대책본부를 책임지는 사람으로 마스크를 안 쓰는 위험성을 가장 잘 안다”며 “당시 축사를 하는 과정이었는데 현재 앞에 있는 기자님보다 거리가 더 멀 정도였다. 이게 비말 거리가 되냐”고 반문했다. 충분한 거리를 유지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이다.

이 발언은 “지역방역수장의 부적절한 해명”이라는 비판을 불러왔다. 자의적인 해석으로 비추어 지는 해명은 온 도민이 고통을 감내하며 지켜온 방역수칙의 효과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하다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음식물 섭취와 같은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면 실내에선 무조건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방역당국의 지침과도 배치된다.

양 지사의 해명은 불과 20분 전 윤석열 검찰총장과 관련한 질문에서 ‘공직자의 자세와 덕목’을 강조한 발언 뒤에 나온 터라 설득력을 크게 얻지 못했다.

그가 사적 모임 ‘양대산맥’ 발대식에 참석한 날은 지난 12, 13일로 전국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1,000명을 넘은 날이다. 충남에서는 당진 나음교회 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시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직접 주재해 국민들에게 일상적인 만남과 활동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양 지사도 이 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했다.

엄중한 코로나19 확산시기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국민의 방역수칙 준수와 지도자의 솔선수범이다. 지도자가 바른 모습을 보이고 지켜갈 때 국민은 신뢰하고 따라간다.

또한 지도자는 실수에 대해 구차한 해명보다 국민이 보다 더 신뢰하고 안심하고 따라갈 수 있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양 지사는 4선의 국회의원 시절 ‘국회출석율 1위’ ‘가장 성실한 입법ㆍ의정활동 수행’ ‘신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권후보로 손색이 없다”는 말을 들을 만큼 도민의 사랑을 받았다.

이런 그가 보다 더 성심을 담은 도정 수행으로 도민의 더 큰 사랑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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