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연말 결산③] 방송계도 코로나19 여파, 포스트 코로나 어떻게 대비할까

입력
2020.12.24 07:50


코로나19로 인해 방송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모두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2020년, 방송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온라인 제작발표회 등으로 홍보 방식 자체가 바뀐 것은 물론, 확진자 발생으로 프로그램 제작 일정이 중단되는 경우도 있었고, 많은 출연진과 스태프가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등 선제적인 대응을 위한 노력도 꾸준히 이어졌다. 올해 코로나19가 방송계에 미친 영향을 돌아보며 내년 전망까지 바라봤다.

▶ 일상을 바꾼 코로나19

지난 2월 초부터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거의 모든 예능 및 드라마의 론칭을 알리는 제작발표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스위트홈'이 배우들도 한 자리에 모이지 않는 전면 비대면 제작발표회를 진행했고, KBS2 '암행어사'는 규모를 최소화한 온라인 인터뷰로 제작발표회를 대체했다. 드라마 종방연 역시 올해 만큼은 따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다수의 예능은 코로나19에 맞는 구성을 스핀오프 식으로, 또는 아예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선보이고 있다. 음악 방송과 경연 프로그램은 무관중으로 진행됨에 따라 방청객을 모집하지 않거나 온라인 및 문자 투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tvN '배달해서 먹힐까?'와 JTBC '비긴어게인 코리아' 등은 해외 촬영이 불가해진 상황에 따라 국내로 장소를 옮겼다. MBC '나 혼자 산다', tvN '온앤오프' 등 관찰 예능에 그려지는 콘텐츠도 거리두기와 '집콕' 트렌드를 반영했다. 최근에는 언택트 자체를 콘셉트로 내세운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등도 등장해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연말 시상식도 평소와 다르게 관중들 없이 진행된다. 특히 24일 '2020 KBS 연예대상'은 사회자를 제외한 수상자들이 현장에 참석하지 않는 방식을 예고했고, 선제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세븐틴은 앞서 '2020 KBS 가요대축제'에 불참했다. 이밖에도 지상파 3사 모든 시상식이 포토월 행사를 열지 않고, 거리두기를 지키는 등의 방식으로 모두의 안전을 신경 쓰고 있다는 전언이다.


▶ 방송가 확진자 발생 '비상'과 그 대처

이렇듯 다각도로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방송계가 비상에 걸린 시기가 있었다. 지난 8월 배우 서성종 허동원 김원해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KBS와 CJ ENM이 일주일 간 드라마 제작 일정 중단에 들어가고, 배우들은 대면 인터뷰를 취소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후 다행히 추가 확진자는 없었고, 허동원 김원해는 완치 후 다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지난달 말에는 '달이 뜨는 강' '보쌈 - 운명을 훔치다' '펜트하우스' '허쉬' '철인왕후' '도시남녀의 사랑법' 등의 작품이 각각 공식입장을 통해 보조출연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알리며 제작진과 배우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동안 촬영을 일정 기간 중단했다. 다행히 추가 확진자가 없었던 작품들의 경우 촬영을 재개해 큰 편성 변경 없이 시청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예능계도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라 일부 제작 일정을 변경하며 후속 대응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 3월 올리브 '밥블레스유' PD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아 예능이 잇따라 휴방했고, 3일 이찬원의 확진으로 TV조선은 자체 방역시스템을 최고 단계로 상향 조정하고 고강도 선제적 대응을 실시했다. 18일엔 MBC 예능국 조연출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면서 주말 예능 6개 프로그램이 결방됐다.

시상식이 진행 중인 연말까지 코로나19 공포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김병춘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다행히 김병춘은 현재 출연하고 있는 tvN '여신강림'과 SBS '불새 2020'의 최근 촬영이 지난달 말까지였고, 이에 따라 제작 일정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또 한 명의 연예인 확진자 발생에 방송가는 물론 연예계 전체가 긴장감을 이어가며 선제 대응에 힘쓰고 있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책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연말 방송가는 이제 내년을 준비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다양한 변화가 예고된 만큼 방송가도 이를 대비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내년에도 모두의 안전을 위한 조치가 우선시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제작 현장에서의 방역 지침과 매뉴얼이 명확해진 만큼 앞으로도 이를 잘 지켜가는 게 숙제이자 책임"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시청자들의 달라진 시각에 따라 프로그램의 정체성이나 콘텐츠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코로나19로 모든 사람들이 변화를 겪은 만큼 시의성을 반영하는 방송 콘텐츠도 자연스럽게 변화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모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된 상황에서 앞으로의 방송가가 어떤 새로움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변화에 발 맞춰갈지 많은 관심이 모아진다.

이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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