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홍남기, 두 남자는 왜 SNS 전쟁을 벌일까

입력
2020.12.26 18:00
코로나19 이후 경제 정책 방향성 놓고 엇갈린 입장
이재명 "곳간지기 집착" VS 홍남기 "사소한 지적" 
준공영 버스 요금인상 비용 부담 문제도 연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 정책의 방향성을 놓고 이재명 경기도지사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이에 벌어지는 '페이스북 전쟁'이 불을 뿜고 있다.

전국에서 인구 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행정을 담당하는 이 지사로서는 도민들이 코로나19로 입을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하는 입장이다. 국가 재정을 책임지는 홍 부총리는 코로나19가 나라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경제가 최대한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때문에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국가적 혼란 앞에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넓게 보면 문재인 정부의 주축 멤버인 이들이 1년 가까이 부딪치며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는 점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두 사람은 특히 올해 코로나19가 가져온 경제 충격 대응 수단으로 떠오른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 여부를 놓고 충돌했다.



이재명의 충고 "곳간지기 역할 넘어서야"


이재명 지사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의 일원으로서 경기도지사도 경기도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다"면서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하게 하는 것은 기재부가 ‘곳간지기’를 넘어 ‘경제정책의 설계자’가 되어 재정정책을 경제활성화 복지확대 양극화 완화 등 복합적 효과를 가지도록 설계하여 집행하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적이전소득(가계지원)이 가장 적어 가계부채율은 가장 높고 국채비율은 가장 낮은 대한민국에서 국채 부담을 이유로 다른 국가들이 모두 하는 가계 지원과 소비 확대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피하는 것은 죽은 곳간은 지킬지라도 살릴 수 있는 경제를 죽이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 놓고 발발한 갈등



올해 이재명 지사는 코로나19 경제 충격 대응을 위한 방안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주장을 가장 앞서서 한 인물 중 하나다. 반면 홍남기 부총리는 전면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에 대해 가장 강하게 반발했다. 홍 부총리는 결과적으로 전 국민에게 돌아간 1차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끝까지 선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남시장 시절 '청년기본소득'으로 정책적 성과를 거두고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이재명 지사는 3월 재난지원금을 '재난기본소득'이라 불렀고, 이를 지역화폐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홍남기 부총리와 기획재정부는 재정 지출이 많아진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1차 재난지원금은 이 지사 외에도 김경수 경남지사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지하면서 전 국민 지급에 일부를 기부로 받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2차 지원금의 경우는 기재부 쪽 주장에 힘이 실려 취약계층 위주로 선별 지급됐다.



"자질 의심해봐야" VS "사소한 지적에 안 흔들려"


이후 양쪽의 대결은 재난지원금을 넘어 경제정책 전반으로 전선이 점차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 지사가 적극 재정의 역할을 요구하는 광역 지자체장 입장에서 홍 부총리를 비판했다면, 홍 부총리는 30년 동안 직업 공무원으로서 예산 업무를 담당한 정통 경제관료답게 재정 건전성을 우선시했다.

이달 22일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서 홍 부총리를 향해 "경제 관료로서의 자질 부족을 심각하게 의심해봐야 한다"고 도발했다. 이 지사는 "한국의 일반재정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4.2% 수준으로 42개 주요국가 가운데 4번째로 작다"면서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전쟁 시기에 버금가는 막대한 수준의 재정을 쏟아붓는데, 이 같은(재정을 아낀) 결과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님을 비롯한 기재부에 '뿌듯하냐'고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다음날인 23일 "어제 오늘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기재부와 저의 업무에 대해 일부 폄훼하는 지나친 주장을 들었다"며 법구경의 한 소절을 인용한 뒤 "진중한 자의 뜻은 사소한 지적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라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위기 극복과 경제 회복을 위해 곁눈질할 시간,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면서 "위 관련, 앞으로 더 이상의 언급이나 대응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비판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무시' 입장을 나타내 보인 셈이다.

앞서 10월에는 국회 국정감사 중 홍 부총리가 "기본소득 도입이 시기상조"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이 지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시대 변화나 국가 비전, 국민 삶 개선은 뒷전인 채 전형적인 탁상공론식 재정·경제 정책만 고수하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기 버스 예산 부담도 쟁점..."재정 논쟁 연장선상"



일부에선 이재명 지사가 홍남기 부총리를 저격한 것은 경기 지역 준공영 버스사업에 대한 국비 부담을 줄인 것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기도는 현재 광역버스 요금 인상 비용의 절반을 국가가 부담하기로 합의해 놓고 예산을 삭감했다고 주장한 반면 기재부는 합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지사는 23일 페이스북에서 "기재부의 광역버스 예산 삭감은 재정 정책을 둘러싼 공방과는 무관하다"면서도 "경제 활성화나 양극화 완화보다 국고지기 역할에 경도된 사명감, 재정 균형론과 국채 죄악론에 빠져 어떤 가치보다 국고보전이 중요하다는 그릇된 확신"이 재정 삭감을 낳은 것이라며 사실상 연결돼 있음을 인정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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