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내년부터 개도국에 '플라스틱 폐기물' 수출 전면 금지

입력
2020.12.23 15:15
14면
친환경 정책 '그린딜' 기조에 맞춘 세부 전략
해양오염 주범 연 150만톤 폐플라스틱 저감
재활용 불가한 제품에 '플라스틱세'도 신설

유럽연합(EU)이 내년 1월 1일부터 개발도상국에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폐기물 수출을 막기로 했다. 친환경 전략인 ‘그린 딜’ 기조에 맞춰 역내에서 발생한 폐기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EU는 22일(현지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아닌 개도국에 재활용이 어려운 유해 폐플라스틱 수출을 금지하도록 ‘폐기물 선적 규정’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폐기물 관리 기준이 없고, 환경도 조성되지 않은 나라에 EU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떠넘기지 않겠다는 의미다. 개도국으로 흘러 들어간 후 적절히 처리되지 못한 선진국발 폐기물은 해양오염의 주범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때문에 이번 개정안은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해 온 환경단체 활동이 일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세계 최대 폐기물 수입국이던 중국이 2018년 플라스틱 수거를 금지한 뒤 연간 150만톤의 폐기물이 유럽에서 터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으로 유입됐다.

바뀐 규정은 깨끗하고 유해하지 않은 폐기물 수출 승인 조건도 까다롭게 했다. OECD 37개국과 EU 27개국 역내에서도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폐기물의 이동 역시 엄격히 통제할 방침이다. 비르기니유스 신케비추스 EU 환경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개정안은) ‘순환 경제’를 구축하려는 EU 그린 딜 노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새로 출범한 EU 집행위원회는 그린 딜을 앞세워 기후·환경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겠다는 성장 전략을 내놨다.

EU 구상은 폐플라스틱 퇴치를 위해 구속력을 갖춘 첫 조치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는 지난해 5월 약 187개국이 유해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및 처리에 관한 국제협약(바젤협약)에 플라스틱 폐기물을 포함키로 합의한 게 가장 진일보한 약속이었다. 1950년 이후 생성된 약 63억톤의 플라스틱 폐기물 중 재활용된 것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12%는 소각됐고 80%가 매립·폐기돼 막대한 환경오염을 야기했다.

EU는 내년부터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플라스틱에 ㎏당 0.8유로, 톤당 800유로(약 108만원)의 세금을 부과하는 ‘플라스틱세’도 시행한다. 플라스틱 사용을 억제하고 재활용 가능한 상품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세금 도입 시 연간 66억유로(약 8조9,100억원) 규모의 추가 수입이 예상된다.

진달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