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접종을 개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개발사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특히 모더나는 2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9% 가까이 떨어졌다. 백신이 효과가 있고 실제 접종까지 이어졌다는데도 금융 시장이 부정적 판단을 내린 이유에 대해 투자자들 사이에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22일 뉴욕 증시에서 최근 접종이 시작된 코로나19 백신 개발사 모더나 주가는 8.98%, 바이오엔테크는 5.5%, 화이자는 1.7% 떨어졌다. 합치면 시가총액으로 약 100억 달러(약11조 700억원)가 하루만에 사라졌다.
주가 급락 원인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설명은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판다'는,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 유행하는 금언이 작동했을 가능성이다. 코로나19 백신이 승인되기 전에는 기대 심리가 작용해 주가가 크게 오르다가, 막상 실제로 백신이 공급되기 시작하자 차익실현을 했다는 것이다.
백신 기업의 주가는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급격히 올랐다. 주가 기준으로 모더나는 연초보다 6배 이상, 바이오엔테크는 3배 이상 올랐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사용 허가로 정점을 찍고 최근은 다소 가라앉아 있다.
블룸버그는 백신주가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은 종목이라 전체 증시에 비해 주가가 오르내리는 폭이 크고 주가가 불안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일부에선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새로 등장한 '변종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이 작동했다고 봤다. 전파력이 빠르고 치명도는 낮다고 알려진 변종이 등장하면서 기존에 개발된 백신이 유효할지가 의심스럽다는 얘기다.
물론 모더나와 바이오엔테크, 아스트라제네카 등 여러 백신 개발사들은 개발된 백신이 이들 변종에도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상황이며, 전문가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오히려 모더나 백신의 성능이 좋다는 소식이 주가에는 부정적이란 관측도 있다. 직접 모더나사의 백신을 접종한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지난주 "(모더나) 백신을 두 번 맞아야 하지만, 해마다 계속 맞을 필요는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을 2회만 맞으면 바이러스의 확산 상황에 따라 더 이상 필요가 없을 수가 있다는 것인데, 기업으로서는 장기 수익처 하나가 사라진다는 의미기도 하다.
국제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역으로 백신 효과가 떨어지면 모더나 같은 백신기업 주가에는 추가 상승 효과가 있다는 분석을 냈다. 어차피 효과 있는 백신이 개발돼야 하는데, 변종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개발에 정부 지원이 있을 것이고, 각국이 백신도 추가로 구매할 테니 기업과 그에 투자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호재라는 얘기다.
이 기업의 데이비드 리싱어 분석가는 최근 고객에게 발송한 노트에서 "현재의 백신이 우릴 보호해주지 못한다면 사회에는 심각한 충격이 있겠지만, 적어도 백신 제조사의 판매량은 유지되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물론 백신 전문가들을 인용해 현재 백신도 "영국에서 새로 확산한 변종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