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온라인으로 치러진 기말시험에서 대규모 부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돼 미 육사가 발칵 뒤집혔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미 육사의 권위와 명예가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21일(현지시간) 미 일간 USA투데이는 육사 1학년 생도 72명과 2학년 생도 1명이 지난 5월 미적분학 기말시험을 온라인으로 치르면서 커닝을 해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똑같은 문제에 똑같은 오답을 제출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이번 대규모 커닝 사건은 1976년 153명의 생도가 전기공학 시험에서 부정 행위를 해 퇴학당한 이후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부정 행위를 한 생도 58명은 이를 시인했으며 이들 중 55명은 지난 9일부터 ‘명예재활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다. 나머지 생도 중 4명은 자퇴했고 2명은 증거불충분으로 징계를 면했다. USA투데이는 이번 집단 커닝 사건이 정직을 내세우는 육사의 명성에 비수를 꽂았다고 지적했다.
팀 바켄 육사 법학 교수는 “육사 생도는 장차 미국의 고위급 인사가 된다”며 이번 사건을 국가안보 문제로 규정했다. 바켄 교수는 “거짓말, 사기, 절도를 저지르지 않도록 교육받는 생도가 시험 중 부정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변명할 여지는 없다”고 강조하며 단호한 조치를 요구했다. 라이언 매카시 육군장관도 “웨스트포인트의 징계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면서 “교칙을 위반한 생도는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