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이어졌다. 신규 확진자가 하루 1,000명을 넘나들고 병상ㆍ의료인 부족 등 의료시스템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게임 체인저’로 볼 수 있는 백신 도입이 왜 늦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생각하면 이 공방은 불가피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백신 문제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국민들에게 권 후보자가 최소한의 유감 표시조차 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권 후보자는 오히려 정부의 백신 확보 대책이 안이했다고 실토한 정세균 국무총리의 최근 발언에 대해서도 “백신의 안전성 유효성이 중요해 그걸 고려해 구입하자는 취지에서 한 것”이라고 두둔했다. 방역 정책의 성패는 국민들의 신뢰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권 후보자의 태도는 국민들의 믿음을 얻기에 충분하지 못했다.
이른바 K-방역의 핵심요소인 진단-추적-격리의 통제방식이 3차 대유행으로 사실상 무력화되고 백신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음에도 권 후보자를 비롯해 정부와 여당이 지나치게 초기 성과에 집착하며 방역 낙관론을 펼치고 있는 점은 걱정스럽다. 이날 청문회에서 여당 의원들은 백신 만능주의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강변하거나 언론이 혹세무민한다고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백신 문제와 관련해 “준비를 잘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역 정책에 대한 과도한 정치적 공격이나 지나친 비관론도 피해야겠지만, 이런 정부 여당의 태도는 일대 위기 상황에서 고통스럽게 방역수칙을 지키고 있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 주지 못한다.
권 후보자는 과거 대한의사협회가 파업을 추진했을 때 협상단장을 맡아 파업을 철회하도록 유도했고 메르스 사태 때도 총괄반장을 맡아 위기 관리를 했던 보건ㆍ의료 분야 전문관료 출신이다. 백신 도입, 병상 확보, 의료 공백 해소 등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청문회를 통과해 방역 총사령관이 된다면 ‘정치적 눈치 보기’가 아닌 전문성과 책임감으로 위기를 수습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