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여차하면 이름을 적겠다”며 ‘데스노트’를 흔들고 있다. ‘구의역 참사 막말’ 등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 능력 부족을 드러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서다.
'데스노트'는 문재인 정부 들어 정의당이 부적격 판정을 내린 고위공직 후보자 명단이다. 안경환(법무부)ㆍ조대엽(고용노동부)ㆍ박성진(중소벤처기업부)ㆍ최정호(국토교통부)ㆍ조동호(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장관 후보자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후보자 등이 '데스노트'에 올라 끝내 낙마했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2일 의원총회에서 변 후보자의 구의역 참사 막말 논란을 겨냥해 “이 말이야 말로 어제도 오늘도 죽음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산재공화국 대한민국'을 만든 말”이라며 “‘사람이 먼저다’를 내건 정부라면 이런 시대착오적인 인식부터 점검하고 퇴출해야 마땅하다”고 날을 세웠다.
심 의원은 그러나 변 후보자의 장관 임명 반대를 대놓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심 의원은 “국민의 이해와 유가족의 용서가 전제될 때만 정의당은 변 후보자를 장관 후보자로서 인정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조건부 찬성’에 가까워 보인다.
변 후보자는 2016년 SH공사 사장 시절 구의역 김군 사망 사고를 두고 “걔(김군)만 조금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될 수 있었다. 실수로 죽은 것”이라고 했다. 공유주택 사업을 논의하다가 “못사는 사람들이 집에서 (밥을) 해 먹지 미쳤다고 사먹느냐”고도 했다. 정의당이 대변하는 노동자ㆍ서민을 모욕하는 발언으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정의당은 변 후보자에 대한 찬반 입장을 명확히 정하지 못했다. 변 후보자는 밉지만 그의 낙마가 '공공성 강화'라는 부동산 정책 방향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변 후보자가 주택 정책에 있어 진일보한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고,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이날 심 의원 발언에서 복잡한 속내가 엿보인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한국일보 통화에서 "변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 기류이긴 한데, 조심스럽다는 게 지금 당 분위기"라고 했다.
심상정 대표 시절인 지난해 정의당은 도덕성 논란에 휘말린 조국 법무부 장관을 데스노트에 올리지 않았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 개편을 얻어내려고 더불어민주당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총선에서 6석을 얻는 데 그쳤다. 정의당은 지난 10월 김종철 대표 취임 이후 민주당과 다시 거리를 두고 있다. '변창흠 데스노트'가 김종철 체제의 중대 시험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