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당선작 '검은 고양이'

입력
2021.01.01 04:30
34면


전봇대 밑을

두리번거리는 그림자

그 속에서 발톱이 솟아올랐다


날카롭게 가다듬은 발톱에

아무것도 걸려들지 않아

등뼈는 어제보다 하늘로 솟구치고

뱃가죽은 전단지처럼 펄럭거리네


사방에 참치 캔이 구르고

살코기가 있던 자리

혓바닥보다 콧잔등이

먼저 파고들었어


살코기 한 점 남아있지 않은

오늘 저녁


지붕 너머로

번쩍

저녁을 낚아채려는

고양이의 앞발


솟아오르는 발톱에

걸려드는

생선 꼬리 같은

골목의 불빛들


최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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