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벚꽃을 보는 모임' 의혹과 관련한 검찰 조사에서 전야제 비용 보전 등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아베 전 총리에게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보고 있어 이번 조사는 수사 종료 전 형식적 절차로 끝났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21일 아베 전 총리를 상대로 벚꽃을 보는 모임 전야제에서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혐의에 대해 조사했다. 핵심은 아베 전 총리가 비용 보전을 지시했는지, 이를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말라고 지시했는지 여부였다. 이에 아베 전 총리는 비서진이 비용 보전 사실을 허위 보고해서 실태를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지검 특수부가 전직 총리를 조사한 것은 2005년 일본치과의사연맹에서 받은 정치헌금 1억엔(약 10억7,000만원)을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혐의로 조사 받은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총리 이후 15년 만이다.
아베 전 총리 측의 '꼬리 자르기'는 예견된 바다. 검찰 수사에서 비용 보전이 확인된 후인 지난달 24일부터 비서진의 독단적인 행동이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아베 전 총리가 국회에서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한 것도 의도적인 위증이 아니었다는 주장이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달 23일에야 비용 보전 사실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아베 전 총리의 기소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이번 주 아베 전 총리의 비서를 전야제 참가비를 걷어 호텔에 지급한 명세를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혐의로 약식 기소할 방침이다. 아베 전 총리 후원회 측은 검찰 수사에서 2015~2019년 약 900만엔(약 9,600만원)을 보전했으며 이와 관련한 수입과 지출을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다. 이 중 2015년 수지보고서는 보존기간이 지나 폐기된 것이 확인되면서 2016~2019년 기재 누락분만 입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아베 전 총리는 해당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33차례 열린 중·참의원 본회의 및 예산위원회에서 118차례에 걸쳐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한 것이 확인됐다. 중의원 조사국 분석에 따르면, "지역구 사무소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답변이 70차례였고 "차액을 보전하지 않았다", "호텔 측 명세서가 없다"는 답변이 각각 28차례, 20차례였다.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은 "빨리 국회에 나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비서가 허위 보고를 해서 몰랐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며 벼르고 있다. 자민당은 국회에 나가 해명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야당이 주장하는 공개 회의에 증인으로 소환하는 방식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한편, 아베 내각에서 농림수산장관을 지낸 요시카와 다카모리(吉川貴盛) 자민당 중의원 의원은 22일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지병을 이유로 들었지만 장관 재임 중 대형 계란 생산회사로부터 500만엔(약 5,300만원)을 받은 '계란 스캔들'에 대한 도쿄지검 특수부의 수사 영향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