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며칠 남기지 않은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이 대선 조작과 조 바이든 당선인 아들 탈세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 임명이 불필요하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충성파’였지만, 확실히 선을 긋고 이별을 고한 셈이다.
바 장관은 21일(현지시간) 오전 마지막으로 기자들 앞에 섰다. 1988년 일어난 팬암기 폭파사건 용의자 기소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였으나 관심은 온통 대선 조작 의혹과 바이든의 차남 헌터 탈세 의혹 수사에 쏠렸다.
바 장관은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특검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2020년 대선에서 결과를 뒤집을 정도로 구조적이거나 광범위한 선거 사기 증거는 없었다”며 “이 단계에서 특검 조사가 적절한 수단이었다면 특검을 임명했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했던 부정 선거 주장이 허구였음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헌터 탈세 수사에 관해서도 바 장관은 “연방검찰이 헌터에 대한 조사를 책임감 있고 전문적인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도 수사가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특검을 임명할 이유를 보지 못했고 떠나기 전에 그럴 계획이 없다”고 확언했다.
최근 미 연방기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기업을 겨냥한 해킹 사건에 대해서도 바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해킹 사건이 “러시아 소행으로 보인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가에 동의하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8일 “러시아가 관여했음을 꽤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한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두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했던 ‘중국 책임론’은 일축했다고 볼 수 있다.
바 장관은 14일 “법무장관으로 미국민과 행정부를 위해 일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바 장관과 백악관에서 좋은 만남을 가졌으며 그가 크리스마스 직전에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기 위해 떠날 것”이라고 언급한 뒤 사임장도 공개했다. 겉으로는 사임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경질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바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선거 사기에 근거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이 결정적 경질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