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모더나 코로나 백신, 1~2년간 항체 유지할 듯"

입력
2020.12.22 08:46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박완범 교수, 코로나 백신 대해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3차 대유행이다. ‘코로나 터널’을 빠져 나오게 만들 백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이 미국에서 막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이르면 내년 2~3월에야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된다.

‘게임 체인저’인 백신의 접종이 시작됐지만 알레르기ㆍ근육통 같은 부작용도 나타나면서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박완범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유튜브 방송에서 강의한 ‘코로나19 RNA 백신 맞아도 되나요?’를 요약한다.

-코로나19 백신 원리가 무엇인가.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몸에 직접 주입하나.

“2020년 12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50개 이상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입니다. 백신마다 원리가 조금씩 다른데, 최근 임상시험을 완료하고 각국에서 접종이 시작돼 가장 화제가 되는 RNA 백신에 대해 얘기하겠다.

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이 대표적인 RNA 백신이다. 두 백신 모두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몸에 직접 주입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표면에 있는 S 단백질을 통해 호흡기 세포와 결합하고 세포 내로 들어간다.

두 백신 모두 이 S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정보가 RNA 형태로 들어 있다. 백신 주사를 맞으면 이 유전정보가 체내 세포에 유입되고 여러 과정을 거쳐 S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생성된 S 단백질과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이 서로 반응하면서 코로나19에 대해 면역력이 형성된다.”

-그러면 RNA 백신이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의 유전정보를 바꿀 수도 있나.

“사람의 유전정보는 세포의 핵 안에 DNA 형태로 존재한다. RNA 백신에 의해 주입된 RNA는 세포 핵 밖의 세포질에서 작용한다. 백신 RNA는 사람 DNA가 들어있는 핵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며 S 단백질을 생성한 후 우리 세포가 백신의 RNA를 제거하기 때문에 백신의 RNA가 사람의 유전정보를 바꿀 수는 없다.”

-RNA 백신의 운송ㆍ보관에 별 문제는 없나.

“RNA는 매우 분해되기 쉬운 물질이다. 따라서 RNA 백신을 온전하게 보관하려면 매우 낮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저장고와 운송 수단이 필요하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영하 70도,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도에서 보관해야 한다. 이렇게 낮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저장ㆍ운송 수단이 전국적으로 갖춰져야 국내 접종자에게 RNA 백신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우리도 백신을 개발하고 있나.

“우리나라도 5개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서울대병원에서는 SK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SK 백신은 기존 13가 폐렴 백신처럼 단백 접합 항원 백신으로 화이자와 모더나의 RNA 백신보다는 익숙한 형태의 백신이다. 냉장 보관만 하면 되므로 보관ㆍ수송이 쉬울 것으로 기대한다.”

-코로나19 백신은 몇 번 맞아야 하나. 독감처럼 매년 변종이 나오면 다시 접종해야 하나.

“화이자와 모더나의 RNA백신을 기준으로 코로나19 백신은 3~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해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아형(亞形)은 현재까지 6개가 알려져 있다. S 단백질과 같은 표면 단백질이나 효소의 아미노산 일부에서 서로 다르다. 그러나 이는 표면 단백질이나 효소 구조에 크게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또한 모더나 백신의 경우 원래 코로나19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아형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도 함께 유도한다는 것이 보고됐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 아형 감염도 함께 예방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코로나19 바이러스 아형 유전자를 분석했을 때 독감 바이러스 유전자만큼 돌연변이가 많지 않다. 같은 기간에 독감 바이러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2배에 해당하는 돌연변이가 생긴다. 따라서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유전자 돌연변이가 계속 생기겠지만, 독감 바이러스처럼 변종이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추가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형성된 면역력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아직 잘 알지 못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유사한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유지 기간은 대략 1~2년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유지 기간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밝혀질 면역력 유지 기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토착화 여부에 따라 코로나19 백신 추가 접종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 시 효과와 부작용은.

“화이자와 모더나 RNA 백신 연구에서 예방접종의 효율은 95% 정도다. 즉,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20분의 1로 감소한다.

“화이자와 모더나 RNA 백신 모두 다른 백신과 비슷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백신 접종 후 열감ㆍ오한ㆍ근육통ㆍ관절통ㆍ두통 등의 전신 반응 및 주사 부위 통증ㆍ발적ㆍ부종 등의 국소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혈압 저하나 호흡 부전을 동반한 아나필락시스 반응도 드물게 나타날 수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모두 백신 부작용은 주로 2회 차 접종 후 많이 발생했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2회 차 접종 후 16%가 발열, 26%가 두통, 38%가 근육통을 호소했고 모더나 백신도 비슷하다. 아직 장기적인 합병증은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RNA 백신은 새로 시도되는 종류의 백신이기에 장기 합병증 발생에 대해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

-젊은 사람들은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잘 회복한다. 그러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보다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이 생기면 더 위험하지 않나.

“50세 미만 성인은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대체로 큰 문제 없이 잘 회복되는 것이 맞다. 그러나 50세 미만이더라도 당뇨병ㆍ비만ㆍ만성 심폐 질환, 면역 저하 질환이 동반되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 중증으로 악화할 수 있고 일부에서는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젊은 성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본인에게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주변에 있는 고령의 성인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할 수도 있다. 그리고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속도로 늘어남에 따라 병실도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본인 피해를 줄이고 고령인 등 고위험군에 전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또한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젊은이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

-백신 접종보다 자연 감염으로 면역력을 얻는 것이 낫지 않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자연적으로 감염되는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전신적인 면역 반응뿐만 아니라 호흡기 점막의 국소 면역 반응도 함께 유도할 수 있다. 반면 코로나19 백신은 보통 근육 주사로 접종하기 때문에 호흡기의 국소 면역 반응은 잘 유도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 접종 또는 자연 감염으로 획득한 면역력 사이에 유의한 차이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코로나19 RNA 백신의 경우 체내에서 면역 반응이 더 잘 유도되도록 S 단백질의 일부가 변형돼 있다. 따라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을 때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 항체가 일시적으로 더 많이 만들어질 수 있다. 모더나의 RNA 백신 2차 접종 후 3개월이 지났을 때, 백신 접종자의 코로나19 항체 수치가 자연 감염 후 회복기 혈청의 코로나19 항체 수치보다 더 높았다.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후 3개월 이후 항체 수치에 관해서는 추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백신을 접종하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마스크는 착용하는 것이 좋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19 감염을 완벽히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스크까지 착용해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침방울 전파를 줄이면서 예방 효과를 더 늘릴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증상이 없거나 가볍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 일상생활 속에서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계속 전파될 수 있으므로 바이러스 전파를 최대한 줄이려면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이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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