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대통령의 아들이 전시회 중이라 코로나 방역 3단계 격상을 미루고 있다는, 조악한 음모론이 떠돌고 있다. 출처를 확인해보니 역시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다. 그동안 가세연이 일으킨 반사회적 추문들을 생각하면 이젠 놀랍지도 않다.
최근엔 진행자 강용석이 ‘긴급 체포’ 소동을 일으켜, 이틀 만에 2,000만원 상당의 슈퍼챗 모금을 했다. 강용석은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 출석 요청을 네 번이나 받았으나 불응했던 터였다. 경찰의 정당한 법집행을 불의한 박해로 포장해 돈을 번 것이다. 가세연다운 ‘노이즈 마케팅’이다. 지난 총선 직후엔 부정 개표 음모론를 제기하고, 선거 무효 소송을 위해 24억원을 목표로 모금까지 한 그들이다.
올여름 가세연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을 조롱하며, 인간의 바닥이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진행자 강용석, 김세의, 김용호 3명이 박 전시장의 사망 장소를 현장 답사랍시고 찾아가 낄낄대며, 패륜의 말들을 쏟아냈다. 그것도 모자라 장례식장 앞에까지 가, 또 한 번 시시덕거렸다. 미국 작가 커트 보니것은 “인간은 권력에 취한 침팬지”라 했다. 그날 나는 선정성에 취한 침팬지들을 봤다.
개그우먼 박지선의 비극적 죽음에 세상이 모두 슬퍼할 때도, 가세연은 이조차 클릭 장사에 이용했다. 유튜브 대문에 박지선의 사진과 자극적 제목을 걸었다. 가덕도 신공항 이름을 ‘노무현 공항’으로 하자는 논란이 일자,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조롱하고 경멸했다. 이들에겐, 누군가의 죽음도 서슴없이 상업적 소재로 삼는 가학성까지 있다. 한때 그들이 이 나라의 국회의원, 방송 기자, 스포츠지 기자 행세를 했다는 사실이 끔찍하다. 유명인들의 사생활에 대한 선정적 폭로 또한 그들의 단골 소재다. 돈이 될 만하면 가세연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저급한 음모론, 패륜적 조롱, 가학적 선정성 등 시민 사회를 정치적으로 타락시킬 모든 요소들이 가세연에 있다. 이건 진영과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오로지 말초적 호기심에 영합하는 이들의 콘텐츠는 정치 비평이 아닌 연성의 포르노다. 더 심각한 건 이 채널의 구독자가 무려 60만명이라는 것이다. 이 많은 사람들이 익명의 숲에 숨어 같이 낄낄대며, 가세연의 반사회성에 질 좋은 거름을 주고 있다. 그러니 이들도 이 사회를 타락시킨 책임을 나눠져야 한다.
웃기는 건, 가세연이 늘 자신들을 우파의 투사인 양 포장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선 우파 이데올로기인 자유주의를 제대로 공부한 흔적도, 자유주의자들이 지녀야 할 미덕도 찾아볼 수가 없다. 자유는 공화와 늘 한 쌍을 이룬다. 다수결을 원칙으로 하는 민주주의는 시민의 자유와 자주 충돌한다. 그래서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밝히고 있다. 공화를 위해선 소수의 자유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필수다. 가세연은 그 자유주의 이념과 정반대 위치에 선, 공화의 적이다. 추측과 음모와 선동의 전체성으로 개인의 자유를 파괴하거나 침해하는 파시스트적 면모를 지니고 있다. 그러니 이들은 우파의 X맨들이다.
최근 가세연이 방송 중, 조두순 집 앞에서 행패를 일삼는 유튜버들을 ‘우파 파리들’이라 비난했다. 자신들이 보기에도 한심했던 모양이다. 그 한심한 ‘파리들’이 실은 자신들이 거울에 비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