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1일 재판부를 향해 “졸속으로 오해받는데도 서둘러 재판을 진행하는 데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 부회장의 감형 사유로 반영될 여지가 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제도의 실효성을 두고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은 현격한 의견차를 보이기도 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21일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9차 공판을 열고, 특검과 이 부회장 측에게 전문심리위원단 3인의 준감위 평가에 대한 의견진술 기회를 줬다. 지난 7일 공판에서 준감위의 실효성에 대해 △특검 측 홍순탁 회계사는 미흡 △이 부회장 측 김경수 변호사는 긍정 △재판부가 지정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유보적 결론을 내놨다.
특검은 “개별 항목 평가를 기준으로 하면 강일원·홍순탁 위원은 매우 부정적 평가를 했다고 볼 수 있어 2(부정):1(긍정)이고, 최종적 판단을 고려해도 강일원 위원은 긍정보다는 다소 유보”라고 전문심리위원단 평가를 해석했다.
특검은 또 “'현재의 준법감시제도가 재계서열 1위 삼성그룹 총수가 무서워할 정도의 제도인가'라는 질문에 '네(YES)'라고 답변할 사람은 객관적이며 통상의 지능을 가진 사람 중에는 찾을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첫 재판에서 “삼성그룹 내부에 총수도 무서워할 실효적 준법감시제도가 작동하고 있었다면 이 사건 범죄는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준감위 제도의 실효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부회장 측은 이에 대해 “개별 항목에만 한정해 긍정·부정 평가 개수를 헤아려 종합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반박했다. 개별 항목에서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왔어도, 보완책 마련 등 전체적 상황을 고려해 평가하는 게 맞다는 주장이다. 변호인은 “준법감시제도를 통해 개선된 내용은 재판을 위한 허울 좋은 껍데기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변화”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검과 이 부회장 측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이달 30일 결심공판을 열고 재판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복현 부장검사는 “주심판사가 장문의 석명(사실을 설명하여 내용을 밝힘)사항을 냈는데,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게 말이 되냐”며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데 졸속으로 오해받는 재판을 굳이 서둘러 하는데 우려가 있다”고 항의했다.
이 부장검사는 또 “변호인이 준비하는 데도 최소 일주일이 걸리고, 특검 의견도 들어야 하는데 마치 사전에 집행유예를 준비한 것처럼 결론을 내야 하냐”고 반발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집행유예라는 말이 왜 자꾸 나오냐”며 “특검은 재판부가 언급하지 않은 말을 언급한 것처럼 하는 발언은 자제해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