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분야 스타 강사인 설민석씨가 세계사를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언급한 내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집트 고고학자인 곽민수씨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설씨가 말한 내용에 오류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한국일보는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해 설씨가 방송에서 말한 내용의 사실관계를 검증했다.
설씨는 지난 19일 방영된 tvN 프로그램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이집트 클레오파트라 편에서 “알렉산더 대왕이 이집트에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들었고, 그 도서관은 클레오파트라의 놀이터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건립했다는 게 학계 정설이다. 프톨레마이오스 1세 때냐 2세 때냐를 두곤 의견이 갈렸지만,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지은 도서관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미국 브라운대에서 이집트학을 전공한 유성환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알렉산더 대왕이 알렉산드리아라는 도시를 세운 건 맞지만,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지은 건 알렉산더 대왕이 죽고 이집트를 다스렸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라고 설명했다.
‘유물로 읽는 이집트 문명’의 저자인 김문환 차의과대 강사는 “알렉산더 대왕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들었다는 건 잘못된 내용”이라며 “기원전 300년을 전후한 프톨레마이오스 1세 시기 건립됐다”고 말했다. 앞서 이집트 고고학자인 곽민수씨는 페이스북에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프톨레마이오스 2세 때 세워졌다는 게 정설”이라며 “사실 관계가 틀린 게 많다. 그냥 보지 말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된 발언은 이 뿐이 아니다. 설씨는 이집트에서 클레오파트라와 연회를 벌이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로마로 돌아갔을 때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 내용도 엄밀히 보면 문제가 있다. 중간 과정도 생략됐고, 전달된 형태도 말이 아닌 편지 형식의 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문환 강사는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는 말은 카이사르가 클레오파트라와 열애하던 중 폰투스에서 로마에 대한 반란이 일어났고, 폰투스로 간 카이사르가 반란을 진압한 뒤 로마 원로원에 보낸 전갈에 쓰여 있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유성환 연구원도 “카이사르가 폰투스의 왕 파르나케스 2세와의 젤라 전투에서 승리한 후 원로원에 보낸 편지에서 언급했다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진 내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