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다라 코스히로샤히 우버 CEO는 자율주행차 사업과 에어택시 사업부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충격이었다. 우버는 공유경제를 넘어 모빌리티 서비스의 대명사였기 때문이다. 우버는 택시 호출 서비스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었다. 중국의 디디추싱, 동남아시아의 그랩 등이 그런 우버를 따라하며 각 지역의 대표 스타트업이 됐다.
그러나 우버는 코로나 팬데믹에 모빌리티 사업이 직격탄을 맞자 자율주행차 사업 부문인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 그룹(ATG)’을 미국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오로라(Aurora)’에 매각했으며 에어택시 사업부 ‘엘리베이트(Elevate)’도 미국 스타트업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에 매각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전동 킥보드·자전거 공유 자회사 '점프(Jump)'를 경쟁사인 '라임(Lime)'에 매각했으며 10월에는 화물 운송 사업부 '프레이트(Freight)'의 지분(약 5억달러 상당)을 미국의 투자회사 '그린브라이어 에쿼티 그룹'에 팔았다.
이제 우버는 사실상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서 빠져나왔다. 그러나 그냥 '엑시트(exit)'한 것이 아니라 핵심사업을 ‘배달 플랫폼’으로 전환, 즉 '피벗(pivot)'하는 형태를 취했다. 이를 위해 후발 배달 앱 업체 ‘포스트메이트(Postmate)’를 26억5,000만달러(약2조8,949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 만든 극적 변화다. 우버는 지난 1월에만 해도 미 라스베이거스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현대기아차 그룹과 에어택시 사업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공동사업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우버는 모빌리티 산업의 구글이 되고자 했다. ‘구글링하다(Do googling)’란 말이 검색하다라는 의미의 동사가 됐듯 ‘우버타다’라는 말은 택시뿐 아니라 ‘무엇이든 타고 이동하다’는 동사처럼 되고 싶어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나지 않아 결국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서 손을 땠다.
우버의 사업 대전환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첫째, 코로나 팬데믹은 비즈니스의 서사(내러티브)를 바꿔놨다. 언제 비즈니스가 될지 모르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자하는 것보다 당장 수익이 나는 배달사업이 주가에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우버는 더는 ‘테크 기업'으로 포장할 이유가 없어졌다. 실리콘밸리식 테크기업이 아니라 배달 회사라 불러도 수익을 내는 것이 주가에 긍정적이다.
둘째, 모빌리티의 대명사가 모빌리티를 포기하면서 ‘전략적 투자회사’로 변신했다. 이는 우버의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중국에서 우버 사업을 포기하면서 중국의 우버 디디추싱의 지분을 가져온 것과 같이 이번엔 오로라, 조비에비에이션 등의 지분을 확보했다. 우버는 연구개발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오로라 및 조비에비에이션의 기술을 활용, 승차 호출 사업을 강화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전략은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우버처럼 페이스북, 디즈니 등도 지금 '피봇' 중이다. 페이스북은 ‘커머스’기업으로, 콘텐츠 및 테마파크 기업인 디즈니는 ‘테크 기업’으로 각각 피벗하고 있다.
지난 1일 페이스북이 스타트업 ‘커스터머(Kustomer)’를 10억달러에 인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커스터머는 온라인 대고객 서비스를 하나의 화면에 구현하고 고객 문의에 자동으로 응답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업체다. 커스터머는 페이스북 인수에 대해 “페이스북에 사업 확장, 제품 제공 개선 및 혁신, 고객 만족 등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해 운영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이 주목받지 못했던 이유는 같은 시기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48개주 법무장관들이 페이스북을 상대로 2건의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FTC는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과 와츠앱 인수를 통해 시장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페이스북은 최근 15년간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포함, 무려 70개사나 인수했다. 미 FTC는 페이스북과 왓츠앱, 인스타그램을 분리,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하면서 ‘그룹 해체’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인수합병을 막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정부를 비웃기라도 하듯 커스터머를 10억달러에 인수했다. 10억달러는 인스타그램 인수 금액과 비슷한 금액이다. 커스터머를 인수한다는 것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을 통합하면서 소셜미디어에서 전자상거래로 무게축을 옮기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디지털 광고’에서 벗어나 커머스 및 결제 플랫폼으로 넘어가려는 의도인 것이다.
페이스북을 굴지의 테크 기업으로 성장시켰던 핵심은 디지털 광고다. 그러나 가짜뉴스, 개인정보 유출의 온상으로 인식되면서 ‘악명’을 뒤집어쓴 양날의 칼 같은 서비스가 됐다. 페이스북은 ‘커머스와 결제’에서 새 돌파구를 찾았다. 실제 페이스북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페이지를 온라인 쇼핑몰로 바꿀 수 있도록 해주는 ‘숍(Shop)’기능을 추가하는 등 온라인 쇼핑 시장을 적극 확대하고 있었다. 또 결제 서비스를 위해 블록체인 암호화폐 분야(서비스명 디엠)에 뛰어들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이 같은 방향 전환을 알리기라도 하듯 지난 16일에는 애플을 겨냥,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주요 일간지에 전면 광고를 했다. 페이스북은 이 광고에서 “우리는 전 세계 모든 곳에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애플과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애플이 내년 초 이용자 정보를 추적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앱스토어에서 삭제하겠다는 새로운 프라이버시 정책을 밝혔기 때문인데 전면광고까지 한 배경에는 중소 소상공인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할테니 페이스북에서 디지털 쇼핑과 결제를 하라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핵심 사업전환은 디즈니에도 해당된다. 디즈니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LA디즈니랜드가 문을 닫고 테마파크는 대규모 감원을 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일 '투자자의 날' 행사를 통해 4시간 동안 디즈니의 스트리밍 사업 ‘디즈니 플러스’를 설명하고 주가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날 디즈니는 서비스 시작 1년 동안 8,70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애초 서비스 시작 5년간 목표를 8,500만명으로 잡았는데 이를 1년 만에 달성해낸 것이다. 가격도 내년 3월쯤 월 8달러(현재 6달러)로 인상하고 향후 가입자도 2025년 2억3,000만~2억6,000만명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디즈니는 2024년에 9,000만명 수준의 가입자를 유치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현재 넷플릭스가 전 세계에서 1억9,5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비해 공격적인 목표인 것이다.
디즈니는 그동안 영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인식됐다. 분기 매출이 주요 성과 지표로 인식된 회사였다. 그러나 디즈니 플러스로 인해서 테크 회사, 소프트웨어 회사처럼 ‘가입자수’가 중요한 회사가 됐다. 디즈니의 핵심 비즈니스가 영화 및 엔터테인먼트에서 미디어 및 테크 회사로 바뀐 것이다.
우버, 페이스북, 디즈니까지, 미국 기업들은 코로나 팬데믹을 맞아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 소비자 요구에 맞춰 과감히 변신하고 있다. 애플도 ‘아이폰’ 회사에서 팬데믹 기간에 서비스 및 웨어러블 회사로 핵심 비즈니스 변화에 성공했다. 아마존은 약국 시장에 진출하고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죽스)을 인수하는 등 커머스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한국 기업들도 같은 기간, 얼마나 변신 노력을 기울였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