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용구 차관 사건, 유사 판례 엇갈려"

입력
2020.12.21 15:36
경찰 "택기기사 폭행 판례 분석 중" 
"특가법 미적용 이례적이지 않아"
내년부터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
야당 의원들, 김창룡 청장 항의방문

경찰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취임 전 택시기사를 폭행하고도 내사 종결한 사건과 관련해 “단순 폭행으로 의율한 판례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특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판례도 있다"며 "판례를 전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내년 1월 검ㆍ경 수사권조정에 따라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는 상황과 맞물려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21일 “(비슷한 상황에서) 택시가 운행 중이 아니라고 보고 단순 폭행으로 의율한 판례도 있고, 다시 운행이 예상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보고 특가법을 적용한 판례도 있다”며 이 차관 폭행사건 처리과정이 이례적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차관은 변호사로 재직하던 지난달 6일 밤 늦은 시간에 서울 서초구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택시기사가 깨우자 그의 멱살을 잡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건을 담당한 서초경찰서는 해당 사건을 입건하지 않고 내사 종결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서초서는 당시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이 차관을 입건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찰이 현행법상 운전 중인 자동차 운전자 폭행을 가중처벌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 수사를 중단하는 단순 폭행 혐의를 적용하면서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차관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은 데 대해 경찰은 택시 블랙박스에 당시 순간을 담은 영상이 남아 있지 않고, 이 차관이 출동한 경찰관에게 신분증을 제시하고 추후 경찰 출석을 약속한 만큼 체포 사유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코앞으로 다가온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이번처럼 ‘봐주기 수사’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며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주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경찰은 내년 1월부터 입건한 사건을 검찰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있는 1차 수사 종결권을 갖는다. 물론 검찰이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90일간 들여다보고 한 차례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보완 장치는 마련돼 있다. 그렇지만 검찰이 기록만 보고 수사의 문제점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야당은 이 차관의 폭행 사건 처리와 관련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완수, 서범수, 최춘식 의원 등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후 1시30분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을 항의 방문해 김창룡 청장과 면담했다. 의원들은 경찰의 내사 종결 경위와 처분 근거를 물었으나, 경찰청장은 "과거 판례를 근거로 적정하게 절차를 밟았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 측은 "경찰과 우리 입장이 확고하게 달라 관련 판례, 내사 자료, 수사 지침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며 "일반인과 특권층으로 분류되는 사람에게 법 집행이 달리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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