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시설 사망자 속출... "근무자들 저녁시간 사적 모임 금지"

입력
2020.12.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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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에서도 전국의 요양원, 요양병원에서 확진자는 물론,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한 주간 코로나19 확진자로 인한 사망자 81명 중 40명이 요양원,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나왔다. 1,2차 대유행 당시에 고령의 기저질환자가 많은 요양시설이 취약지대로 확인된 바 있어서, 이번 3차 대유행에서는 그간 제대로 된 대비가 부족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경기 부천시 원미구 효플러스요양병원에서는 코로나19 격리 병상을 기다리던 80대 여성 3명이 또다시 사망했다. 이들 중 2명은 11일 확진 판정을, 1명은 2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병상 빈 자리가 나지 않아 대기하던 중 20일 숨졌다. 이 병원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숨진 14명 가운데 13명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병상을 기다리다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밝힌 바에 따르면 최근 한 주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81명 중 40명이 요양원,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나왔다.

이날 서울 구로구의 요양병원, 서초구의 한 병원에서 각각 수십명 규모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 서울시는 코호트격리 조치를 내렸다. 시에 따르면 구로구 요양병원에서 지난 15일 1명이 확진 받은 데 이어, 이날 0시 기준으로 환자, 간병인, 보호자 63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서초구 병원에서도 지난 10일 1명의 퇴원 환자가 확진된 이후 지금까지 전국에서 15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요양기관은 대개 면역력이 약한 고령의 기저질환자가 모여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쉽게 감염되고, 감염되면 심한 타격을 받는다. 최근 한 주간 새롭게 발생한 집단감염 34건의 감염 경로를 살펴보면, 의료기관·요양시설이 7건으로 종교시설(10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방대본에 따르면 기저질환자의 경우 80대 이상의 고령층에서는 전담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더라도 치명률이 15%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당국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방대본은 이날 "요양·정신병원 또는 요양시설 등을 통한 집단발병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행정명령을 통해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의 모든 종사자에 대한 주기적인 선제 검사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그 전까지 감염취약시설에 대한 선제 검사가 '권고'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선제 검사 주기도 수도권의 경우 '2주에 한 번'에서 '1주에 한 번', 비수도권은 '4주에 한 번'에서 '2주에 한 번'으로 더 촘촘하게 바꿨다. 또 감염취약시설 종사자들에 대해서는 퇴근 뒤 사적 모임도 금지시켰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요양시설은 다인실 구조에다 한 명의 요양보호사나 간호사가 여러 명의 환자를 돌보기 때문에 감염에 취약하다"며 "증상 뒤 업무배제는 너무 늦기 때문에 선제적 검사와 종사자들에 대한 모임금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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