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공간‧장비‧인력을 비빔밥처럼 잘 버무린 것이 첨단벤처단지의 성공 비결입니다. 싹수 있는 벤처를 발견하면 ‘평당 2,000원’이라는 파격적인 임대료를 제시하며 동료직원들과 함께 문턱이 닳도록 쫓아다녔죠.”
지역혁신 기관 중 사실상 ‘전국 으뜸’으로 인정을 받은 캠틱종합기술원(이하 캠틱)의 노상흡(59) 원장은 21일 “지난 20년간 구슬땀을 흘린 노력이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며 "열악한 조건을 딛고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직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전북 전주기계부품산업클러스터를 지역주도 혁신성장의 선도지역 사례로 선정했다. 전국 500여개 클러스터 중에서 지역의 특화산업‧고용창출 효과가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전주 기계부품산업클러스터는 2000년대 초반 첨단벤처단지에서 시작해 도시첨단산업단지‧탄소복합단지까지 지역기반의 네트워크와 산업 생태계가 잘 조성돼 있다”며 “특히 캠틱종합기술원이 클러스터 초기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다수의 기관을 유치하고 다양한 교류‧네트워크를 형성해 혁신생태계를 일궜다”고 밝혔다.
노 원장은 첨단벤처단지를 중심으로 한 전주시의 신산업지도를 디자인한 주역 중 한 명이다. 그는 2000년 캠틱에 ‘사번 1번’으로 입사해 올해 초 원장에 올랐다. 캠틱은 전북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지역혁신센터(TIC)로 설립돼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비영리기관이다.
캠틱이 관리‧운영을 맡고 있는 전주첨단벤처단지는 ‘전주의 구글’, ‘전주의 실리콘밸리’로 각광을 받고 있다. 벤처를 튼실하게 키워내는 창업생태계의 모델이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벤치마킹 사례로 뜨고 있다. 첨단벤처단지는 2002년 전주시 팔복동에 2만6,000여㎡ 규모로 조성됐다.
아이디어의 상품화, 시제품 생산을 맘대로 해볼 수 있도록 고가의 첨단 쾌속조형기·3차원측정기·정밀가공기 등을 구입해 줬다. 또 주변 대학‧연구소 등과 산학연 시스템을 구축해 맞춤형 인력과 기술을 지원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첨단벤처단지는 20개 기업을 유치하고 14개 벤처를 창업했다. 이들 중 연간 40억~50억원, 많게는 100억~200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졸업해 나간 기업도 8곳이나 된다. 단지 전체 고용인원은 초기 80명에서 485명으로 6배나 성장했다.
노 원장은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으면 창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제공해 성공 스토리를 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앞으로는 ICT와 드론·스마트팩토리·헬스케어·지능형 기계 등 4차산업혁명 창업플랫폼 생태계를 조성해 2030년까지 가족기업 100개, 매출 1조원, 일자리 5,000개를 창출하겠다”고 비전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