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 된 배달시장… 직장인도 음식점주도 '부글부글'

입력
2020.12.22 10:20
출근 직후 도시락 주문, 늦으면 오후 2시 점심식사
식당 문 닫고 '배달기사' 나서기도
고깃집은 '낮장사' '택배배달' 등 살 길 고심

#. 서울 상암동의 직장인 김모씨는 요즘 매일 출근 직후 도시락 주문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얼마 전에는 오전 10시를 넘겨 주문했다가, 오후 2시가 돼서야 점심 배달을 받았다. 김씨는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돼 배달 수요가 더 늘면 밥은 어떻게 먹나 걱정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두고 고심 중인 가운데, 일선 현장에선 갈수록 누적되는 배달 과부하로 인한 부작용이 하루하루 수위를 높이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요즘 출근하는 직장인에겐 점심식사가 때아닌 골칫거리가 됐다. 고양시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백모(29)씨는 “오늘이 식사주문 당번인데 모두를 만족시킬 메뉴를 찾느라 며칠 전부터 머리가 아팠다”고 말했다.

강남 소재 회사에 다니는 이모(29)씨는 “강남은 가뜩이나 밥값이 비싼데 배달료까지 붙으니 매일 만원 이상 지출하는 게 부담된다”며 “앞으로 집에서 도시락을 싸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굳이 나가서 먹고 오는 동료를 보면 “바이러스를 퍼나를까 걱정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재택근무 인원이 날로 늘면서, 회사 밀집지역 식당은 영업방식을 포장 중심으로 바꾸거나 심지어 폐업까지 고려하고 있다. 서울 중구에서 회전초밥집을 운영하는 이모(55)씨는 “저녁 매출이 70%나 줄어 뒤늦게 쿠팡이츠로 배달을 시작했지만 하루 1~2건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배달앱 상단에 노출시키려면 추가 광고비가 들고 경쟁도 치열해 앱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1만6,000원이던 도시락 가격을 1만원으로 낮추자 포장 손님이 50% 증가해 그나마 숨을 쉬고 있다.

인근에서 10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융일(80)씨는 폐업을 고민 중이다. “배달을 하려고 해도 요새는 모바일로 한다는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칸막이도 손님이 있어야 설치하는 건데 손님이 없어서 알아서 거리두기가 된다”고 말했다. 하루에 100명 이상이던 손님은 최근 20명 이하로 줄었다. 이씨는 “1월까지 버텨보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임대료 때문에 가게를 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달전쟁 기권’ 자영업자들, 가게 접고 배달기사로

이씨처럼 ‘배달전쟁’ 참전을 포기한 자영업자는 “차라리 셧다운이라도 해서 코로나 확진자를 대폭 줄였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거리두기 2단계에 접어들 때 젊은 소상공인은 배달로 전환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를 병행하는 등 기민하게 대처했지만, 매장영업에 익숙한 소상공인이나 모바일앱 이용이 낯선 70대 이상 자영업자는 새로운 시도 자체가 언감생심이다.

배달을 포기한 한 식당 사장은 “자영업자 사이에선 ‘배달의 민족은 조금 남고, 요기요는 거의 안 남고, 쿠팡이츠는 노예수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배달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득 될 게 없다”며 “매장은 현금장사라도 가능하지만 배달은 원가를 떼면 1,000원쯤 남을까 말까 해서 배달은 안 할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예 식당을 닫고 배달기사로 뛰어든 이들도 적지 않다. 배달기사 이모씨는 “겨울은 사계절 중 배달이 가장 많은 계절인데다 코로나19로 주문량은 2배 가까이 늘었다”며 “전동킥보드나 자차로도 배달이 가능해 가게를 닫고 배달일을 시작한 식당이 꽤 있다”고 전했다.

살길 찾아 '낮장사' '택배 배달'도

경기 의정부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정윤씨는 평소 오후 4시에 문 열던 식당을 이달부터 정오에 연다. 작년 이맘때 같으면 연말까지 150석 예약이 꽉 차고도 남았을 대목이지만, 지난주 다녀간 손님은 6팀 뿐이다. 이씨는 “붐비는 시간을 피해 점심시간이나 오후 1~2시경 손님들이 찾아와 문을 일찍 열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택배를 이용한 설렁탕 배달이 이씨의 시름을 덜어준다. 10년 전부터 판매 중인 설렁탕이 꾸준한 인기를 끌면서 직접 방문해 사가거나 택배주문을 하는 손님이 적지 않다. 이씨는 “배달앱도 고민 중이지만 수수료가 비싸 차라리 택배비를 부담하고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지연 기자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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