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45)는 아들과 함께한 이틀간의 라운딩 내내 ‘아빠 미소’를 잃지 않았다. ‘골프 황제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아들 찰리(11)가 탁월한 실력을 선보이며 대를 이은 스타 탄생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아빠와 같은 색의 옷을 입고 출전한 찰리는 명품 스윙뿐만 아니라 작은 습관까지도 아빠의 모습을 빼닮아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을 확실히 입증했다.
우즈 부자(父子)는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 칼턴 골프클럽(파72)에서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 이벤트 대회 PNC 챔피언십에서 10언더파를 적어내 최종 합계 20언더파 124타로 7위를 기록했다.
2라운드 36홀로 진행된 이번 대회는 프로 선수가 가족 한 명과 짝을 이뤄 총 20개 팀이 출전했다. 두 선수가 각자 볼을 친 뒤 더 좋은 지점에서 다음 플레이를 이어가는 스크램블 방식이었다.
우승은 이날만 15언더파 57타를 몰아친 세계랭킹 3위 저스틴 토마스(27) 부자가 차지했다. 하지만 대회 기간 내내 팬들의 시선은 우즈 부자, 더 정확히는 아들 찰리에게 쏠렸다. 전날 1라운드 파 5홀에서 두 번째 샷을 홀과 1m 이내 거리에 붙인 뒤 퍼트까지 성공, 이글을 뽑아내며 찬사를 받은 찰리는 최종라운드에선 아버지의 트레이드마크인 붉은 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고 필드에 등장했다. 장갑을 벗는 모습부터 퍼터에 체중을 맡기고 한쪽 다리를 꼬는 대기 자세, 카리스마 넘치는 시선 처리까지 아빠를 꼭 빼닮았다. 특히 능숙한 드로우 샷, 침착한 퍼트 등 11세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안정된 경기력을 선보였다. 우즈 부자와 함께 경기를 치른 데이비드 듀발(49ㆍ미국)은 “(찰리는) 두려움이 없더라”며 “기본기가 탄탄한데다 또래 치고 장타력도 갖췄다”고 평가했다.
우즈와 2010년 이혼한 찰리의 생모 엘린 노르데그렌도 이번 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노르데그렌이 우즈의 경기를 직접 지켜본 건 찰리가 태어난 2009년 프레지던츠컵 이후 11년 만이다.
우즈 역시 아버지 얼 우즈의 손에 이끌려 골프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우즈는 경기 후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아들과 내가 평생 간직할 추억을 만들었다”면서 찰리에게도 “(부담감이 컸을 대회를 잘 마무리 해) 장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