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주도 정경심 사건 23일 선고… 유무죄 가를 3대 쟁점은

입력
2020.12.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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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입시비리: '동양대 표창장' 직접 위조했나
② 차명투자: 동생·지인 투자 도와준 건가
③ 증거인멸: 김경록에 지시했나 같이 했나

윤석열 검찰총장이 공을 들였던 정경심 교수 1심 선고가 23일 열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청문회가 열렸던 지난해 9월 6일 검찰이 정 교수를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로 ‘기습' 기소한 지 1년 3개월만이다.

재판부가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선고 시점이 묘하다.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도 23일쯤 나올 가능성이 높아, 윤 총장에겐 더욱 의미가 큰 재판이다. 정 교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고 윤 총장도 업무에 복귀하면 윤 총장 앞길은 순탄해지겠지만, 반대로 정 교수에게 무죄가 선고되고 윤 총장의 정직 결정도 뒤집히지 않으면,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지난해 11월 11일 정 교수를 추가 기소하면서 혐의는 15개로 늘어났다. 크게는 입시비리ㆍ사모펀드 의혹ㆍ증거인멸 교사의 세 부분으로 나뉜다.

'표창장 위조' 정 교수가 직접 했나

재판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정 교수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여부였다. 검찰은 지난 7월 “30초도 걸리지 않는다”며 법정에서 표창장 위조를 시연했다. '컴맹’이라 표창장을 위조할 수가 없다는 정 교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검찰은 △’딸 표창장 파일’의 직인을 마우스로 드래그하면 블록 설정이 되는 점 △원래 정사각형인 직인이 딸 표창장에선 직사각형으로 변한 점 △아들 상장의 픽셀 크기와 컴퓨터에 따로 저장된 ‘총장님 직인’ 그림 파일의 픽셀 크기가 동일한 점 등을 위조 증거로 제시했다.

반면 정 교수 측은 “검찰이 법정에서 만든 표창장과 표창장 원본은 글자나 총장 직인의 진하기ㆍ굵기 등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특히 “검찰 시연본을 출력하면 상장 용지 하단부의 은박지와 글자가 겹쳐 출력된다”며 법정에서 표창장을 출력해 보이기도 했다. 검찰이 “출력 문제는 여백조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맞받아치자, 재판부는 “전문가 의견서를 보고 검토하겠다”며 논쟁을 일단락했다.

표창장 위조 방법(검찰 주장)
① 아들 조모씨가 받은 동양대 상장을 그림파일로 저장 ② 이를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문서에 삽입해 다시 저장 ③ 여기서 총장 직인 이미지만 떼어내 ‘총장님 직인’ 그림 파일 생성 ④ 직인 파일을 한글 프로그램으로 작성한 표창장 문서 하단에 붙임

그런데 재판부가 정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결론을 내더라도, 표창장 사본과 직인 파일 등이 나온 동양대 강사휴게실 컴퓨터를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위수증)’로 판단하면 표창장 위조 혐의는 무죄가 될 수 있다. 법원은 적법 절차에 따라 수집된 증거로만 사실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 측도 이를 의식한 듯 재판 내내 "정식 압수수색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차명투자 vs 동생 위해 돈 빌려준 것

사모펀드 의혹의 주요 쟁점은 △정 교수가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2차 전지업체 더블유에프엠(WFM) 주식을 샀는지 △백지신탁 의무를 피하기 위해 정 교수가 차명 투자를 했는지 여부다. 검찰은 법정에서 조 전 장관의 청와대 민정수석 취임 이후인 2017년 7월 정 교수가 동생에게 보낸 “내 목표는 강남빌딩” 문자를 공개하며 “(이는) 각종 금융범죄를 실행하게 된 결정적 동기”라고 밝혔다.

정 교수 측은 “취득한 정보들은 언론에 공개된 내용들이라 미공개 정보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차명투자 의혹에 대해선 친동생이나 가족의 단골 헤어디자이너 구모씨와의 ‘각별한 관계’를 강조하며 “투자에 도움을 주려고 돈을 빌려주고 때로는 일부 운용에 도움을 줬을 뿐”이라는 주장을 폈다. 정 교수 측은 법정에서 “동생은 수익이 나면 누나에게 이자라도 쳐서 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누나(정 교수)는 일부라도 갚으면 좋고 아니면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이었다며 투자 목적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나 헤어디자이너 구씨는 법정에서 “정 교수가 자신은 민정수석 배우자라 주식거래를 못한다며 계좌를 빌려달라고 했다”며 정 교수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


증거인멸 교사범인가 공범인가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두고는 정 교수가 증거은닉을 직접 한 것인지,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인 김경록씨에게 지시한 것인지에 대한 재판부 판단이 유무죄를 가를 변수다. 김씨는 정 교수 지시에 따라 정 교수 자택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동양대에 있던 정 교수 컴퓨터를 통째로 숨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그러나 정 교수 측은 ‘자신의 형사사건 증거를 은닉한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법리를 염두에 둔듯, 김씨와 함께 증거를 은닉했으니 무죄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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