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엔 결정적 상황에서 심판진의 판단을 도운 비디오판독(VAR)도 큰 몫을 했다.
19일(한국시간) 페르세폴리스FC(이란)에 2-1 역전승을 거두고 ACL 우승을 거머쥔 울산은 이날 상대에 전반 45분 선제골을 내줬지만 이후 VAR을 통해 얻어낸 두 차례 페널티 킥 기회를 살려내면서 끝내 경기를 뒤집었다. 두 장면 모두 VAR이 없었다면 어물쩍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카타르 출신 압둘라흐만 알 자심(33) 주심은 VAR을 잘 활용해 페널티 킥 상황을 정확히 짚어냈다.
첫 상황은 전반 종료 직전에 발생했다. 윤빛가람(30)이 상대 페널티 지역 안에서 공을 다투다가 아흐마드 노우롤라히(27ㆍ이란)로부터 발을 걷어차였다. 주심은 일단 경기를 속행시켰고, 차후 경기가 중단되자 ‘온 필드 리뷰’를 통해 공대신 발을 찬 노우롤라히의 반칙을 지적했다. 주니오(34)의 페널티 킥은 상대 골키퍼에 막혔지만 흘러나온 공을 주니오가 다시 차 넣어 동점을 만들었다.
후반 8분에는 이청용(32)이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에 상대 수비수 메흐디 시리(29)가 머리 위로 손을 뻗어 공을 쳐 냈다. 주심은 이번에도 VAR로 이를 콕 집어내 페널티 킥을 선언했고, 키커로 나선 주니오는 깔끔하게 역전 골을 성공시켰다.
후반 38분에는 반대로 페널티 킥을 내줄 뻔했지만 VAR를 통해 누명을 벗었다. 상대가 왼쪽에서 땅볼 크로스를 넘길 때 김기희가 노우롤라히와 함께 넘어졌다. 노우롤라히는 강력하게 페널티 킥을 주장했지만, VAR 판독 결과 되레 노우롤라히가 김기희를 잡아끈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은 지난 13일 비셀 고베(일본)와의 4강전에서도 VAR 덕을 톡톡히 봤다. 0-1로 뒤지던 후반 7분 다이주 사사키(21)에게 추가 실점을 할 뻔했지만 VAR 판독으로 득점 직전 고베의 반칙이 발견되면서 득점이 취소됐다. 후반 40분엔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던 비욘 존슨(29)의 골이 VAR 판독 끝에 득점으로 인정되면서 1-1로 연장전에 돌입했다. 이후 울산은 연장 후반 막판 주니오의 결승골로 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
VAR이 8강전부터 도입되지 않았다면 울산은 결정적인 페널티 킥 기회를 날리고 멀쩡한 득점도 인정받지 못하면서 우승이 좌절됐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아직 VAR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 이란 클럽들은 예전 같았으면 발각되지 않았을 플레이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면서 이번 패배가 더 뼈아팠을 것으로 보인다.
K리그는 아시아 지역 다른 리그보다 빠른 2017년부터 발빠르게 VAR를 도입했고 선수들 역시 이런 VAR의 특성을 K리그에서 꾸준히 숙지해 중요한 국제 대회에서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2012년 이후 8년 만에 ‘ACL 우승 탈환’이라는 성과를 일궈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