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도입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전기요금이 상승 구간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백신 개발 및 접종 등으로 내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완화,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국제유가도 상승할 전망도 적지 않다.
20일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0.74달러 상승한 49.1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 하기 전인 올 2월25일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두바이유 가격도 이달 11일 9개월만에 50달러대로 올라섰고, 18일에는 51.11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연평균 가격인 41.36달러보다 10달러 이상 높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본격화, 미국 연방정부의 9,00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국제유가 인상분은 내년 하반기 전기요금에 반영된다.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에선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 주기로 전기요금에 합산한다. 즉, 국제유가 상승분은 보통 6개월 시차를 두고 연료비에 반영되고 이는 이후 3개월을 주기로 전기요금에 반영되니, 이번 국제유가 상승분은 이르면 내년 9월부터 전기세에 반영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무엇보다 전기요금 인상이 내년 하반기에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서 우려는 더해진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내년 석유 수요가 지금보다 하루당 660만 배럴 증가, 내년 말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55달러 이상으로 거래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평균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65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내년 2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배럴당 52.22달러였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제유가가 평균 40달러대였다는 점에서 내년에 50달러를 넘으면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오른다는 말”이라며 “정부가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을 막기 위해 제한을 뒀지만,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국제유가 상승 분은 고스란히 전기요금에 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 비중이 큰 철강, 석유화학, 정유, 반도체업계 등에선 벌써부터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대한제강 등은 전기로 고철을 녹여 쇳물을 생산,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의 비중이 최대 10%에 달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생산현장은 24시간 가동되는 것이 보통이어서 전기요금 인상 시 원가 부담이 커진다”며 “현재 국제유가 인상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