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국회를 통과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놓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 인권을 개선한다는 증거가 없다”며 ‘반(反)인권적 입법’이라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적극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미 의회가 내년 1월 청문회까지 예고하면서,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미는 물론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미국의소리(VOA)는 전세계 인권 문제를 다루는 미 의회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한국의 대북전단살포금지법과 관련해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톰 랜토스 인권위의 미 공화당 측 공동위원장인 크리스 스미스 하원 의원 측은 국내 언론과의 통화에서 “대북전단 살포 문제뿐 아니라 북한 주민 인권 전반에 대한 청문회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미스 의원은 ‘전단 살포 등 남북 합의 위반 행위를 할 경우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 대북전단금지법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의 기본적 시민 자유에 대한 경시와 공산주의에 대한 묵인이 증대돼 심각히 우려된다”며 “한국 정부가 시민적, 민주적 권리를 지키는 데 실패한 것에 대한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스미스 의원 측은 내년 1월 새 회기가 열리면 구체적인 청문회 일정을 잡을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와 외교부가 전면에 나서 “우리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대북전단금지법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오히려 이 법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쪽으로 판을 키우는 모양새다.
실제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한 미 하원 차원의 청문회가 열리면, 우리나라 당국자가 청문회 출석을 요구 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세계 각국 인권 문제에 대해 수시로 청문회를 개최하고 논의도 하는 조직”이라며 “청문회와 관련해 어떤 논의와 계획이 있는지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통일부 역시 “청문회 개최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예단해서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만 했다. 하지만 외교부를 중심으로 미국 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도 지난 8~12일 방한했을 당시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최종건 외교부 1차관에게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미 행정부의 우려를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17일(현지시간) ‘한국의 새 전단금지법이 워싱턴의 반발을 초래한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비건 부장관이 최근 방한 기간에 (국회) 통과 전인 이 법안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우려를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외교 관계에서 논의된 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지 않았던 경우가 있는데 이번도 그런 경우"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