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치 2년8개월래 최저… 2만3000달러 뚫은 비트코인은 "물 만났네"

입력
2020.12.1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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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더 풀겠다"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Fed)의 신호 덕분일까.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18일 2018년 이후 2년 8개월 만에 심리적 저지선인 90 아래로 떨어졌다.

2018년과 달라진 점은 비트코인의 움직임이다. 그 사이이 금과 같은 '대안 자산'으로 당당히 자리 잡은 비트코인에 달러 약세 흐름을 확신한 투자자가 몰리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2만3,000달러까지 한 때 넘어섰다. 시장은 약달러와 비트코인 강세의 조합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약달러'에 90선마저 내준 달러인덱스

18일 외신 등에 따르면, 전날 90 아래로 떨어진 달러인덱스는 이날 오전 89.74까지 수위를 더 낮췄다. 이는 2018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코로나19 공포 심리가 짓눌렀던 올해 3월말과 비교하면 달러 가치는 9개월 새 13% 가까이 수직 하락했다.

약달러 전망은 대세가 되는 분위기다. 미국 정치권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추가 돈풀기(재정부양책)에 뜻을 모으고 있는 데다, 전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 달러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달러인덱스가 90선을 내주자 반대로 비트코인은 순식간에 2만3,000달러를 넘어섰다. 2주 넘게 1만8,000~1만9,000달러 사이를 횡보하던 비트코인이 전날 사상 처음으로 2만달러 선을 뚫은 데 이어 이날 하루 만에 15%가까이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종전 최고가는 '비트코인 광풍'이 불던 2017년 12월 기록한 1만9,783달러였다. 코로나19로 금값마저 떨어지던 올해 3월(4,900달러대)과 비교하면 5배 이상 폭등한 가격이다.

최근 비트코인은 과거와 사뭇 달라진 지위를 누리고 있다. 과거 열풍이 '소외될까 두려워 매수에 뛰어든' 개인이 주도한 것이었다면, 올해는 기관투자 '큰손'이 대거 투자에 나선다.

실제로 폴 튜더 존스, 스탠리 드러켄밀러 등 월가 유명 투자자가 올해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했다고 밝혔으며, 나스닥 상장사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8월부터 회사의 현금성 자산의 대부분을 비트코인으로 전환한 데 이어 빚까지 내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있다.

비트코인 날갯짓 어디까지?

3년 전만 해도 뜬구름 같았던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생태계가 튼튼해진 것도 원인이다. 지난해 9월 페이스북이 글로벌 가상화폐(리브라) 발행 계획을 밝힌 이후, 전세계 중앙은행들도 부랴부랴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가상화폐 시스템이 제도권 내로 들어올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실생활에서의 활용성도 높아졌다. 미국 온라인 결제 업체 페이팔은 내년부터 2,600만 가맹점에서 가상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으며, 신용카드 업체 비자(Visa)도 비슷한 구상을 하고 있다.

결국 이처럼 달라진 위상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이 유동성 과잉에 따른 인플레이션 회피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시 전문가 사이에선 비트코인 가치가 내년엔 억대로 오를 것이라는 공격적인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씨티은행의 기관투자자 대상 보고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내년 12월까지 개당 31만8,000달러(약3억6,000만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회사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개당 40만달러(약4억4,000만원)까지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단기 급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최고경영자(CEO)는 17일 "가상화폐 투자에는 위험이 따른다"며 "어떤 금융상품보다 변동성이 심하고, 가격이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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