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에서는 해운대의 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 자녀 4명을 키우는 여성과 위장 결혼한 사례가 적발됐다.
장애인ㆍ국가유공자에게 700만원씩 주고 명의를 도용해 아파트 특별공급에 부정 청약하는가 하면, 실제 거주지가 아닌 다른 지역 고시원 업주에게 대가를 주고 위장 전입한 뒤 수도권 아파트를 분양 받은 사건 등도 줄을 이었다.
2020년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계급의 전쟁터'가 됐다. 계속 오르는 ‘아파트 열차’에 올라타지 않으면 벌어질 신분(자산 격차)을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전투력이다. 정부의 임대차 제도 변화가 촉발한 전세대란까지 겹치면서 30~40대 중심의 ‘패닉 바잉(공포 속 매수)’,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산다)’ 현상이 더 심해졌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붙은 시장에서 정부 규제는 '백약이 무효'였다. 시장 과열 지역을 규제로 묶을 때마다 투기 수요는 어김없이 비규제 지역으로 옮겨 붙었다. 이른바 '풍선 효과'는 전국 거의 모든 지역에서 나타났다.
임차인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임대차법(전월세상한제ㆍ계약갱신청구권제)은 오히려 전세난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냈다. 매매와 전셋값의 역대급 동반 폭등 탓에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보다 더 큰 치명상을 입었다.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100% 실수요 시장인 전세 시장이 흔들리자 정부는 11ㆍ19 전세대책을 통해 확보 가능한 주택을 끌어 모아 2022년까지 11만4,000가구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빌라, 호텔, 상가까지 리모델링해 전세로 활용하겠다는 공급 계획에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 2인 가구조차 아파트 분양으로 내 집 갖기를 원한다”고 지적하면서 신규 주택을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내년도 문제다. 민간업체 부동산114 조사에서 2021년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4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공급 부족으로 인한 전세난 장기화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