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성지는 그간 '강남'으로 통했다.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관심을 보인 서울 관광 명소 7곳 중 강남 코엑스몰이 2위를 차지했다. 이곳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인 엑소와 레드벨벳 등의 콘텐츠와 전시 등을 즐길 수 있는 'SM타운 코엑스 아티움'이 자리했다. 인근 SM 사옥을 비롯해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금은 강동구로 옮긴 JYP엔터테인먼트 등 굵직한 K팝 기획사들이 강남구에 있어서 해외 K팝 팬들은 성지 순례하듯 강남 일대를 돌아다녔다.
이 'K팝 관광 한류 지도'가 내년엔 확 바뀔 전망이다. 17일 가요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SM은 내년 성동구 성수동으로 사옥을 옮긴다. 강남구 삼성동과 청담동에 나눠 있던 커뮤니케이션센터와 스튜디오센터 등을 성수동에 준공되는 건물로 이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M은 커뮤니케이션센터가 입주한 삼성동 건물 임대 계약 만료를 내년 앞둔 데다 지난 7월 SM타운 코엑스 아티움 영업을 종료하면서 사옥 이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JYP에 이어 SM까지 강북으로 터를 옮기면서 두 대형 기획사가 1990년대 중·후반부터 이끌어 온 K팝 강남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다.
JYP는 2018년 성내동에 신사옥을 세워 강남을 떠났다. 예전엔 미용, 패션을 비롯해 콘텐츠 제작 관련 업체 등이 강남권에 몰려 이 일대에 자리를 잡는 게 유리했지만, 이젠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K팝 기획사가 대중문화 산업의 권력으로 떠오르면서 특정 지역에 얽매이지 않아도 직접 모든 기획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K팝 기획사들의 '탈 강남'이 잇따르는 배경이다.
드라마ㆍ예능프로그램 외주 제작사들이 MBCㆍCJ ENMㆍJTBC등이 몰린 상암동으로 거점을 옮기는 것과 달리, K팝은 특정 지역 구심점이 아예 사라지는 분위기다. 빅히트는 내년 초 용산구에 마련한 신사옥으로 옮긴다. 빅히트와 JYP 신사옥이 들어선 용산구와 성동구는 K팝 기획사의 불모지였다.
YG엔터테인먼트는 일찌감치 강남과 멀리 떨어진 마포구 합정동에 홀로 자리를 잡았다. 국내 4대 K팝 기획사로 불리는 SMㆍYGㆍJYPㆍ빅히트가 서로 다른 지역에 깃발을 꽂으며 각자 세를 과시하는 형국이다. 절대 강자 없는 'K팝 권력'의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예전엔 그래도 강남에 있어야 세를 인정받는 분위기였지만 이젠 권력이 된 K팝 기획사가 독자적으로 우뚝 섰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저마다 새로운 문화 거점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