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죽이려 했다면 죽였을 것" 야당 지도자 나발니 겨냥 발언

입력
2020.12.18 01:24
서방에서 제기한 '나발니 독살' 시도 의혹 부인
기자회견서 백신 안전성도 강조 "백신 맞을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시도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죽이려고 했다면 죽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발니 제거를 꾀했다면 실패로 끝내진 않았을 것이라는 '센 발언'으로 결백을 주장한 것이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주요 방송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화상회의 형식의 연례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러시아 정부가 나발니를 독살하려 했다는 서방 언론 보도와 관련된 질문을 받은 푸틴은 서구 언론과 나발니가 합동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베를린 병원에 있는 이 환자(나발니)는 미국 정보기관의 지원을 받고 있고 (우리) 정보기관은 당연히 그를 감시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이것이 그를 독살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우리 요원들이 그를 죽이려고 했다면 아마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미 CNN방송은 앞서 14일 영국 탐사보도 전문매체 '벨링캣', 독일 더슈피겔 등과의 공동 취재 결과를 토대로 지난 8월 나발니 독살 시도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특수요원들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나발니 치료를 맡은 독일 병원에서는 그가 옛 소련에서 개발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놔 '러시아 정부 배후설'의 신빙성을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세계 최초로 승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인 자국의 '스푸트니크 V'의 안전성과 효능도 강조했다. 하지만 본인은 접종 대상자에 속하지 않아 아직 맞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공급되는 백신은 일정 연령대(18~60세)의 주민들을 위한 것으로 나(68세) 같은 사람에게는 아직 오지 않았다"면서 "전문가 권고에 따라 (접종이) 가능해지면 반드시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에게 집단 면역을 이루기 위해 백신 접종 동참을 요청했다.

조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그는 내년 2월 만료되는 핵무기 통제조약인 '신전략무기 감축 협정'(New START·뉴스타트)을 언급하면서 "연장 논의에 응할 준비가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도 이 협정을 유지하기 위한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얘기한 것으로 안다"며 기대를 표했다.

2024년 대선 재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는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며 형식상으로 이 허락은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두고 보자"는 애매한 답변을 했다. 이미 앞서 지난 7월 국민투표를 통해 현재 4기 집권 중인 푸틴 대통령이 2036년까지 장기 집권을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개헌안이 통과된 상태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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