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뻘 화물기사 ‘맷값폭행’ 최철원, 아이스하키협회장에 당선

입력
2020.12.17 20:10
‘1인 시위자’ 사무실로 불러 폭행 
영화 ‘베테랑’ 조태오 실존 모델
논란에도 선거인단 압도적 지지 받아
대한체육회 “인준 여부 다각도 검토할 것”


1인 시위를 하고 있던 화물기사를 야구 방망이로 폭행한 뒤 2,000만원을 건넨 이른바 ‘맷값 폭행’의 가해자, 최철원(51) M&M 대표가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에 당선됐다. 대한체육회의 인준 절차가 남긴 했지만, 인준을 거부할 규정상 근거가 마땅치 않아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최 대표는 17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 선거에서 전영덕(56) 경희대학교 체육대학 동문회장을 압도적인 표차로 이겼다. 선거인단 97명 중 62명이 최 대표에게 표를 던졌다.

최 대표는 지난 2010년 ‘맷값 폭행’으로 논란을 일으켜, 영화 ‘베테랑’ 조태오(유아인 분)의 모델이 된 인물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 대표는 당시 서울 용산의 SK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50대 화물차 기사 유모씨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야구 방망이로 폭행했다.

유씨는 다니던 회사가 M&M으로 인수 합병되자, 고용승계를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최 대표는 사무실에 들어온 유씨를 엎드리게 한 뒤 간부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폭행했다. 유씨는 최 대표보다 11살이 많은 ‘삼촌뻘’ 나이였다. 최 대표는 피하려는 유씨를 향해 ‘맷값’을 높여 부르며 계속 폭행을 한 뒤 총 2,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폭행 사실이 세상에 알려져 재판에 넘겨진 뒤에도 최 대표는 끝내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법정에서 “군대에서 하듯 ‘빠따’로 훈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에선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최 대표의 협회장 출마는 출마 이야기가 나온 직후부터 논란이 됐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에도 선거인단은 최 대표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최 대표가 당선은 됐지만, 곧장 회장에 취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의 인준 절차가 남았다. 다만 인준을 거부할 규정이 마땅치 않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대한체육회는 자격 미달이나, 선거 절차상의 문제가 발견된 경우 등에 한해 당선자의 인준을 거부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사회적 논란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인준이 거부된 사례는 아직 없다”며 “다각도로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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