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에 대한 국제사회 일각의 비판이 그치지 않고 있다. 전단 살포 금지는 표현의 자유와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북한 인권 증진에도 역행한다는 것이 비판 논리다.
폐쇄적인 북한 사회에 정보를 밀어 넣는 것은 언젠가 '북한의 봄'이 올 것을 기대해서다. 그러나 북한의 보복 도발 위험까지 감수하기엔 기대 효과가 미미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종이 전단을 문자 그대로 '살포'하는 옛 방식이라면 더욱 그렇다.
지난 6월 경찰은 강원 홍천군의 한 야산에서 대형 풍선에 매단 대북 전단 무더기를 발견했다. 박상학 자유북한연합 대표가 경기 파주시에서 북한을 향해 날려 보낸 풍선이었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은 탓에 북이 아닌 남쪽으로 날아 착륙한 것이다. 풍향, 풍속 같은 날씨 영향을 줄이려면 무인기(드론)를 이용해야 하지만, 위험하다. 항공안전법 등 위반 소지가 있고, 북한이 무력 침입으로 판단하면 국지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전단이 어렵사리 국경을 넘어도 북한 주민이 받아 보기 어렵다. 2010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A씨는 17일 한국일보와 전화통화에서 “남북한 접경지인 황해북도에서도 항상 특정 골짜기에만 전단이 떨어지곤 했다”면서 “그 지역은 수시로 봉쇄됐다"고 전했다. 또 "보안성(한국의 경찰청) 산하기관 소속원들이 전단을 수집·소각하기 때문에 바람에 날아가는 몇 장 외에는 주민들이 거의 보지 못했다”고 했다.
대북전단이 되레 북한 주민 인권을 옥죄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고 A씨는 말했다. 그는 “야산 등에서 전단을 주워 북한 당국에 제출하는 순간부터 감시 대상이 된다”며 “전단이 주민들을 '보이지 않는 그물'에 더 옭아매는 셈”이라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간혹 전단에 탈북민 증언이 실리기도 하는데, 그러면 북한에 남은 가족에 대한 감시가 강화된다”면서 “대북전단이 역설적으로 북한 주민 인권을 악화시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단체가 만드는 자극적 전단 내용이 독이 되기도 한다.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에 북한 주민들이 설득되기는 커녕 모욕감만 주는 경우도 많다. 지난 6월 북한이 전단 살포에 강하게 항의했는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를 겨냥한 외설적 합성사진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후원금을 노리고 대북전단을 뿌리는 일부 단체들은 전단 내용에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우연히 접한 전단이 설득력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효과를 부정할 순 없다고 탈북민들은 입을 모은다.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 원장은 “한국 자동차산업의 발전상을 담은 전단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처음 시작한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 단장도 “1990년 북한에서 남한 전단을 접하고 바깥세상을 알게 된 내가 산 증인”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북한에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정보를 전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드라마 등이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가 대표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A씨는 “USB는 휴대성이 좋고 복제도 가능해 북한 전역에 퍼뜨리기 쉽다”며 “특히 한국드라마는 전단보다 정보 전달 효과가 훨씬 좋다”고 말했다. 당장은 대북전단금지법 적용도 피할 수 있다. 통일부는 “제3국을 통한 물품 전달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며 ‘북한·중국 국경에서 한국 드라마 USB 등을 유통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