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대유행에도 해맞이 여행은 간다?… 빈방 없는 강원·제주

입력
2020.12.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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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총리 "개탄스럽다" 말했지만
강원 동해안 리조트 연말 객실 동나
"지난달 제주 관광객도 예전 수준"
연말연시 코로나 확산 우려 지자체 '긴장'

올해에도 연말연시 강원 동해안 해맞이 명소에 적지 않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젊은 층 연말 소모임에 강원ㆍ제주에 빈방이 없다는 이야기를 놓고 "개탄스럽다"고까지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방을 구하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강원 양양과 삼척, 고성 등 콘도를 운영하는 리조트 업계에 따르면 이달 마지막 주 객실 예약률이 ‘만실’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역 리조트업체 관계자는 본보 통화에서 "성탄절과 올해 마지막 날 객실 예약률이 90%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강릉과 양양지역 해수욕장 주변 숙박시설로도 예약 문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역시 방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혹시 취소된 객실이 있을까 싶어 확인해오는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주중에는 몰라도 주말과 연말 성수기엔 방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강릉과 평창 등지의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해맞이 여행 수요가 몰린 탓이다. 리조트 1박 가격은 보통 20만~22만원으로, 여름철 극성수기 가격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 이후 서울서는 당일치기로도 동해안을 찾기도 한다”며 “숙소를 구하지 못한 상당수 관광객이 당일 코스로 찾을 것으로 예상돼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해외여행 대체지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3차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달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은 113만명에 달했다. 일평균 4만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과 큰 차이가 없다. 한때 개점휴업 직전까지 갔던 제주도내 특급호텔 등 숙박시설 예약률도 주말을 중심으로 70∼80%까지 치솟았다. 다만, 최근 제주에서도 확진자가 늘고 있고, 18일부터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이 예고된 터라 예약이 취소되는 객실도 나오고 있다.

전국적으로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말연시가 코로나19 확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각 지자체와 주민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오겠다는 사람을 막을 수는 없는데다, 야외라 하더라도 인파가 몰릴 경우 방역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동해안의 지자체들은 일찌감치 내년 해맞이 행사를 모두 취소해놓고 있다.

지역 주민들도 평소 같았으면 관광객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겠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삼척 해수욕장 인근의 한 횟집 주인 김모(63)씨는 "매출 오르는 것은 좋지만 확진자가 다녀간 곳으로 낙인찍히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강릉= 박은성 기자
제주=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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