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17일 북한 인권을 담당하는 유엔 인사와 정면 충돌했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한국 정부가 재검토할 것을 권고하자, 통일부는 즉각 "유감을 표명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부가 유엔 측 입장을 공개 반박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통일부는 입장 자료를 내고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은) 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민주적 논의와 심의를 통해 법률을 개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킨타나 보고관이 '민주적 기관의 적절한 재검토 필요'를 언급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대북전단 금지법이 접경지역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통일부는 "다수 국민을 위해 소수의 표현 방식을 최소한으로 제한했다는 것을 균형 있게 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낸 논평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은 북한 주민들에 관여하려는 많은 탈북자와 시민사회 단체 활동을 엄격히 제한한다"면서 "법 시행 전에 민주적 기관이 적절한 절차에 따라 개정안을 재고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적극 대응 중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킨타나 보고관을 즉각 논박한 이유에 대해 "논평이 우리 국회의 법안 처리가 민주적이지 않은 것처럼 묘사해 모욕적"이라면서 "우리 민주주의 절차까지 문제 삼은 것은 그의 업무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17일 미국 CNN 인터뷰에서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는 너무나 중요한 인권이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2014년 경기 연천에서 북한이 대북전단 풍선에 고사포를 발사한 사건을 예로 들며 대북전단 살포가 민간인 희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킨타나 보고관 논평에 통일부가 맞대응한 게 적절했냐는 반문도 제기됐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통일부의 반박은 자칫 유엔에 대한 반박으로 비춰질 수 있다"면서 "대응을 하더라도 외교 당국에서 하는 게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유엔 인권이사회가 임명한다. 킨타나 보고관에 대한 '유감 표명'이 외교적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통일부는 유감 표명 전 외교부와 별도의 내부 협의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의 입법 활동을 통일부가 대변하는 것 역시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