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출로 소득분배 개선... 부동산 '영끌'에 부채는 급증

입력
2020.12.18 04:30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정부 복지 확대에 3대 소득분배지표, 최저
저소득층·30대 중심으로 부채 급증

정부의 복지 확대에 힘입어 주요 소득분배 지표가 일제히 사상 최고 수준으로 호전됐다. 하지만 집값과 전·월세가 오르면서 가계의 자산보다 부채가 더 빠르게 늘었다. 30대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부채 증가율이 높았고, 가구 간 순자산 격차는 오히려 더 확대됐다.

지니계수·5분위 배율·상대적 빈곤율 '역대 최저'

17일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평균 소득은 5,924만원으로 2018년 대비 1.7% 늘었다. 이는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낮은 소득 증가율이다. 소득 분위별로는 하위 20%(1분위) 소득이 4.6% 늘어난 반면 2~5분위는 1~2%대 증가율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증가 폭이 작았다.

이에 따라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분배 지표는 역설적으로 일제히 개선됐다. 소득이 평등하게 분배될수록 0에 가까워지는 지니계수는 지난해 0.339로 2018년보다 0.006 낮아졌다.

5분위 소득 평균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2018년 6.54배에서 지난해 6.25배로 하락했으며, 중위소득 50% 이하 인구 비중을 뜻하는 상대적 빈곤율도 16.7%에서 16.3%로 낮아졌다. 모두 2011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양호한) 수준이다.

다만 이 같은 분배 개선은 저소득층 고용이나 벌이가 나아져서가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소득분배 정책 영향이 컸다. 지난해 가구당 근로소득은 3,791만원으로 1년 사이 0.3%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정부가 지급하는 공적 이전소득은 18.3% 급증했다. 특히 1분위와 2분위는 모두 근로소득이 감소하기도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초연금 인상, 근로장려세제 확대 등 정부 정책을 통해 어려운 시장소득 여건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영끌' 코로나 '신용대출'에 가계당 부채 8000만원 돌파

전체 가구의 평균 자산은 올해 3월말 기준 4억4,543만원으로 1년 전보다 3.1% 늘었다. 이 가운데 가구당 평균 부채는 1년 사이 4.4% 불어난 8,256만원으로 사상 처음 8,000만원을 돌파했다.

전체 자산보다 부채의 증가 속도가 더 빨랐던 것은 젊은층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과 관련이 있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점, 젊은 사람들이 주택이나 주택 외 부동산을 구입하는 비율이 높아진 점 등이 (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체 부채 증가액(346만원)의 절반 가량은 담보대출 증가액(160만원)에 해당됐다. 특히 가구주 연령이 30대인 가구의 부채는 1년 사이 13.1% 늘어나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3월말 기준이지만 이미 코로나19의 영향도 감지됐다. 부채 가운데 신용대출이 10.5%, 신용카드 관련 대출이 22.7%나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소득 1분위와 2분위 부채가 8.8%, 8.6%씩 증가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생계자금이 필요해지면서 저소득층 부채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위 20% 순자산 864만→675만원... 격차 확대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을 기준으로 보면 자산 격차가 확대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순자산 상위 20%의 순자산이 11억2,481만원으로 3.7% 늘어나는 사이 하위 20%의 순자산은 864만원에서 675만원으로 21.9% 급감했기 때문이다.

임경은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순자산 하위 20% 가구에서 저축액이 크게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났다"면서 "60세 이상 고령층 인구 비중이 높아지고 자가 가구 비중이 낮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세종=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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